세제실장 "법인세율 추가인상 바람직하지 않아"

"성장 통한 자연스런 세수증가 바람직"
"다주택 양도세 폐지, 투기과열 유도 가능성 낮아"
"소득세 과표, 종교인 과세 등 협의 이어갈 것"

국가 조세정책 분야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사진)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법인세 증세 논의와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작년에 개정된 법인세율 문제를 올해 또 바꾸게 되면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으며,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우리경제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인 조세정책 틀을 고려해도 법인세율 인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백 실장의 지론.

그는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증세보다는 내수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성장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백 실장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전반적인 감세기조를 허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금융소득 과세강화 및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등 일부 증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에 대해서도 "세법정상화 차원의 미세 조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증권업계에서 강력히 반대 중인 '파생상품 증권거래세' 부과방안과 관련 "궁극적으로는 소득과세(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한 준비단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시기도 3년 유예했다"고 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 및 금융상품과의 형평성을 위해 (파생상품 등에 대한) 과세전환이 필요하다"며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한편 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방안과 관련해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거래동결효과 등 부작용을 고려했다"며 "투기 지정지역 추가과세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도 폐지에 따른 투기 과열현상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백 실장은 소득세 과표구간 문제에 대해선 "자체적인 검토대안을 바탕으로 정기국회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고, 종교인 과세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며,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가 아닌만큼 연말까지 종교계와 협의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17일 오전, 과천 기획재정부 청사 7층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난 백 실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대담 : 김진영 정책팀장, 정리 : 유엄식·장은석 기자)

□ 올해 세법개정안을 만들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100세 시대와 선진경제에 맞게 세제를 바꾸고 과세기반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먼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세제도의 고용창출 기능,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R&D 투자,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지원 부분을 강화했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주택거래 정상화를 지원하고 경제위기에 취약한 서민·중산층, 농어민,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세원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연금·퇴직소득 세제개편,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등 조세제도 정비작업도 고심한 부분이다.

□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정부 정책기조가 '증세'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올해 세법개정은 내수활성화, 서민생활 지원 등 미세조정 수준의 개편이다. 현 정부의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정책기조는 유지하면서 공평과세를 확립하기 위해 제도를 일부 보완한 것이다.

일각에서 금융소득 및 주식양도차익 과세강화 등으로 부자증세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수효과 자체가 감세기조를 허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 세법개정 효과가 향후 5년간 1조6600억원인데, 정치권에서 제시한 복지정책을 소화하기엔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증세보다는 내수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지원, 성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수가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세원투명성 제고, 과세기반 확대, 탈세 방지 등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

□ 당초 올해 세법개정에 포함될 것으로 보였던 소득세 과표 조정문제가 빠졌다. 정부가 따로 마련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소득세 체계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수 백번 이상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검토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소득계층별 세부담 수준, 정책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소득세 세율과 과표는 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또한 1년 만에 재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세전문가들의 의견도 고려해서 세법개정안에 따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따로 개정안이 제출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은 마련해 둔 상황이다. 향후 물가상황이나 재정여건 등 경제상황 변화를 감안해서 소득세 세율과 과표구간 조정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종교인 과세문제도 빠졌는데.

☞정부는 원칙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종교계 관계자, 조세전문가 등과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 종교계 내부에서 자발적인 신고·납부를 추진하는 등 과거에 비해 과세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다만 일부 반대의견도 상존하고 있어 구체적인 과세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계속 협의할 필요가 있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별도의 법률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항으로, 추가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과세방안이 마련되면 오는 12월 시행령 개정안 발표시 공개하겠다.

□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증세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인 조세정책 틀에서 타당한 방법인지 의견을 듣고 싶다.

☞현행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은 작년말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결정된 사항인데, 다시 세율을 인상하면 너무 빈번하게 조세정책 기조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현 시점에서 법인세의 추가적인 부담은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OECD 회원국들도 평균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추세다. 세계 각국도 재정위기 극복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감안해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GDP대비 법인세 비중은 3.7%로 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 가운데 상위 1%(2357개)가 전체 법인세의 79.1%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법인세율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 당초 공언과 달리 비과세·감면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지적인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것인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감면제도를 정비해 국세감면율 수준이 2009년 15%에서 현재 13% 수준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올해는 지원목적을 달성한 비과세감면 24개를 폐지했다. 매년 5~10개 감면항목 수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폭 감소된 것이다.

감면제도 정비로 약 1조원 수준의 세수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정책목적을 달성했거나 불요불급한 감면제도는 지속적으로 축소·폐지하고, 감면실적에 대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해서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3000만원으로 낮춘 것과 관련, 좀 더 과감한 인하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파생상품 거래세 유예기간(3년)도 너무 길어 경제상황에 따라 애매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동안 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금융소득을 근로, 사업소득에 비해 과세상 우대했지만 조세정의와 과세형평 차원에서 선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1994년 부부합산 4000만원으로 도입됐지만, 2002년 위헌판결로 인별과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기준금액은 여전히 4000만원이 유지되고 있다. 이 부분을 낮춰 과세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파생상품거래세는 비과세 분야를 과세로 전환하는 부분이다. 이미 시장이 상당 수준 성장했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과의 형평성을 감안할 때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거래세는 사실상 소득과세의 준비단계로 낮은 세율의 거래세를 부과하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전면적인 과세가 실시되면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소득세 과세를 추진할 것이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세방법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거나 시행유예기간을 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우려하는 거래량 급감, 해외시장으로의 거래 이탈 등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투기를 다시 조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거래활성화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과거 부동산 투기가 심했던 시기에 도입됐던 제도로,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거래동결효과 등 부작용이 생겨 폐지하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투기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다주택자 중과제도는 금년 말까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제도를 단순히 폐지하는 것에 불과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국지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경우 투기지역으로 설정해, 주택담보대출 제한(LTV, DTI 축소)조치 및 3주택 이상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기본세율 10%p 추가과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부동산 경기는 세제뿐만이 아니라 금융, 부동산 이외 경기전망까지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므로 제도 폐지로 경기가 당장 좋아질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다만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줘서 점차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명품백 개별소비세 과세를 시행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은? 향후 옷이나 구두 등 과세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나?

☞고가가방(출고·수입가격 200만원 이상)에 대해 신규 과세하는 것은 현재 개별소비세가 과세되고 있는 고급 모피, 시계, 귀금속 등 품목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주로 고소득층이 고가가방을 구입 중이며 가방매출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도 반영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중판매가격 350~400만원을 초과하는 명품가방들이 과세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고급의류 등 기타 사치품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과세기술상 어려움이 있었다. 예컨대 의류의 경우 원피스는 전부 과세대상이나, 상·하의를 구분 판매할 경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국내 디자이너의 맞춤상품이 과세될 경우 패션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