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주장하는 '금산(金産)분리' 문제를 두고, 정작 금융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눈치를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제 민주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과거 금융위가 풀어놓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정치권이 다시 옥죄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의 뼈대가 재벌의 자본 독점을 막는 것인 만큼, 대기업의 금융 산업 지배를 규제하는 금산분리는 그 취지가 서로 통한다.
지난 2009년 금융위는 이러한 금산분리를 완화하기 위해 은행법 등을 개정하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보유 지분 한도를 4%에서 현행 10%로 늘렸다.
당시 금융위가 금산분리 완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은행산업의 대형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우리은행)의 민영화, 원활한 투자자 유치와 활발한 인수·합병(M&A) 등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통합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금산분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자, 금융위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법 개정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기가 부담스럽다"며 선을 그었다.
법 개정의 직접적 당사자인 정부가 자신들의 입지나 이해관계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변명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금산분리를 강화하려는 것은 현 정부에서 대기업에 주어졌던 '특혜'를 다시 회수하고, 대기업들이 금융회사 인수·합병을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거나 불필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데 금융 당국은 정권 말기라는 이유로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느라 결국 반대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