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가격조사, 볼라벤·덴빈 피해 이전 마무리
통계청, "태풍피해 포함하면 실제 물가상승률 더 오를 듯"
정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로 12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지난달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태풍 피해는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농수산물 등 식탁물가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정작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는 태풍 피해 이후에 단 1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12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2%를 기록, 지난 2000년 5월 1.1%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7월 1.5% 상승률을 보인 이후 2개월 연속 1%대의 낮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올 여름 계속됐던 폭염과 지난달 2번이나 들이 닥친 태풍으로 급등이 예상됐던 농수산물 물가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올랐고, 수산물 가격 상승률도 2.4%에 머물렀다.
하지만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채소류의 경우 태풍 볼라벤 피해의 여파로 가격 폭등이 계속됐다.
폭염으로 돼기고기보다 비싸진 상추(흰엽 상등급) 값도 4kg 한 상자에 7만3308원까지 오르면 하루만에 3.5%나 급등했다. 쪽파도 1kg 한 단을 기준으로 전날보다 무려 33.3% 오른 5000원에 거래됐고, 알타리 무(상등급)도 2kg 한 단 가격이 32.7%나 올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던 활어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활어 감성돔은 kg당 2만2000원으로 하루 사이에 값이 2배나 올랐고, 태풍피해로 양식장이 쓸려나가 가격이 급등한 우럭도 kg당 9500원으로 전날보다 90% 가까이 비싸졌다.
이와 같이 태풍피해로 8월말 농수산물 등 식탁물가가 급등했지만, 정작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2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볼라벤·덴빈 등 2개 태풍이 물가에 미친 영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점이 컸다.
정부가 지난달 농수산물 가격조사를 태풍 이후 실시한 적이 단 1번도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집계를 위해 한 달에 3번씩이나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를 실시하지만, 지난달 농수산물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태풍피해 이후에는 가격조사에 1번도 나가지 않았다.
통계청은 자체 규정에 따라 매달 5, 14, 23일 등이 포함된 주중 하루를 임의적으로 선정,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를 실시한다. 지난 달에도 23일 포함됐던 넷째 주를 마지막으로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를 마쳤으며, 태풍피해가 집중된 마지막 주의 가격급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태풍 피해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만큼, 월말 가격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다시 계산할 경우 실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매달 3회 농수축산물 가격을 조사하며, 유통업자 등의 가격조작 가능성이 있어 대외비로 진행한다"며 "태풍이 오기 전에 이미 3번의 가격조사를 마쳤고, 지난달 태풍피해 이후에는 가격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 피해를 감안할 경우 이날 발표한 수치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 외에도 다른 부처에서 추석물가 등을 조사·발표하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