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전문직 등 현금수입 비중이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 및 대부업자 등 민생침해 사업자들은 국세청의 단골 세무조사 '고객'들이다. 국세청은 상시적으로 이들 사업자 중 세금탈루 개연성이 농후한 부류를 추려, 고강도 기획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청은 339명의 고소득 자영업자 및 79명의 민생침해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해 이들이 숨겨 놓은 재산을 찾아 각각 2229억원, 1744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대상임에도 불구, 현금영수증 발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미끼로 내걸고 현금영수증 발행의무를 피해나갔고, 그렇게 벌어들인 현금수입은 몰래 숨겨놓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 비밀사무실, 전산실까지…고도의 '탈세인프라' = 서울의 유명 병원장인 A씨는 수술비 15% 할인을 조건으로 현금결제, 현금영수증 미발행을 유도하고 전산자료를 삭제·변조하는 방법으로 현금수입 195억원을 신고누락했다.
A씨는 병원 인근 건물에 비밀사무실과 별도 전산실까지 마련, 매출자료 은닉 및 전산자료 삭제·변조를 행해 왔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대상임에도 불구, 현금결제 금액 304억원에 대한 현금영수증은 단 한 장도 발행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A씨의 탈루소득 195억원에 대해 소득세 등 8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조치했다. 현금영수증 미발행 금액 304억원에 대한 과태료 152억원도 '덤'으로 안겨줬다.
□ 503호 객실, 손님 왜 안 받나 했더니… = 나이트클럽과 모텔을 운영하는 사업자 B씨. 그는 주로 현금결제가 이뤄지는 나이트클럽 수입은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해 관리하는 수법으로 현금수입 49억원을 신고누락했다.
여기까지는 '애교' 수준.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모텔의 객실 한 개는 손님을 받지 않은 채 굳게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국세청 세무조사 요원들이 객실 문을 열어보자 숙박장부, 일일매출 등 모텔 매출관련 서류가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수법으로 현금수입 3억원도 '꿀꺽'. 국세청은 B씨가 탈루한 소득 144억원에 대한 소득세 79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했다.
□ 머리 좋은 학생들은 몰랐던, 학원장님의 '탈세비법' = 서울에서 유명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전문 어학원을 운영하는 사업자 C씨는 입시 준비생들을 상대로 소수정예 족집게 강의를 진행하면서 과목당 월 150만원 이상씩의 수강료를 받아 챙겼다.
미국 현지에서도 추수감사절 방학(10일)기간 동안 한국 유학생을 상대로 숙식이 제공되는 특강을 실시, 무려 400만원의 고액수강료를 받는 등 48억원의 수입금액을 탈루했다. 이 돈을 차명계좌에 넣어놓고 호사스런 삶을 살았다.
학부모들의 등골을 빼먹은 학원장님의 탈세비법을, 학생들은 꿈에도 몰랐다. 국세청은 C씨가 탈루한 소득에 대한 세금 15억원을 추징하고 사법당국에 고발조치했다.
□ 사장님의 '선심'…알고 보니 '탈세수법' = 고급시계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 대표 D씨. 그는 2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수입시계를 임직원 등에게 40∼50%로 할인판매하고 거래처에 선물로 무상제공하는 등 소득금액 34억원을 과소신고했다.
또 인건비를 가공계상,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34억원의 소득금액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D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소득 68억원을 찾아내 법인세 등 17억원을 추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