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포스코, 성진지오텍 인수 의혹 '갈수록 태산'

포스코가 지난 2010년 인수한 성진지오텍의 전정도 전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증시에서 형성된 주가에 9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주면서 인수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납득할 수 없는 수상한 M&A라고 말하고 있다.

▇ 부도직전의 기업을 높은 프리미엄주고 인수  

성진지오텍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환율이 급등락하는 금융위기상황에 대응해 가입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2008년에 약 1900억원, 2009년엔 6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2007년 1600억원에서 2009년말 6억원으로 급감했고 부채비율은 2008년 6900%, 2009년엔 9만7500%에 달하는 등 부도직전까지 내몰린 부실기업이었다.

당시 이 회사의 결산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안진회계법인은 2008, 2009 회계연도 결산 감사보고서에서 2년 연속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 감사의견을 보였다. 

2010년 3월 포스코는 이같은 부실기업 성진지오텍의 지분 40.37%(1234만 5110주)를 1593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성진지오텍의 2009년 1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3개월 평균주가는 8300원선이었다. 포스코는 이때 유독 전정도 회장의 지분에 대해서만 9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1만 6300원이나 주고 사들였다.

▇ 포스코, 산업은행, 미래에셋 사모펀드의 제각기 다른 주식값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한 의혹은 주식거래 날짜별로 살펴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산업은행은 2011년 3월 11일 보유중이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BW) 445만 9200주를 주당 9620원을 받고 전정도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매각했다.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기 불과 6일전 이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인수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고 포스코가 인수할 경우  성진지오텍의 주가상승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 헐값에 매각했다.    

산업은행은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로 불과 6일 사이에 최대 179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거둘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이 차액은 BW를 사들인 전정도 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전된 결과가 되었다.

성진지오텍 주가 변동 챠트(2주봉)

포스코가 성진지오텍 주식을 같은 날(3월17일) 사들이면서 전정도 회장으로 부터 사들인 주식값과 미래에셋으로 부터 사들인 주식값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의문이다.

포스코는 이날 전정도회장 지분 440만주를 주당 1만 6330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같은 날 미래에셋계열 3개 사모펀드가 보유했던 주식 794만 5110주는 주당 1만 1000원을 주고 인수했다. 포스코는 전 회장으로부터 미래에셋보다 주당 5330원(48.5%)이나 더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포스코가 전 회장과 미래에셋으로부터 매입한 가격 가운데 어느 가격이 적정한지가 문제다.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들은 당시 3개월 평균 주가가 8300원선이어서 여기에 30%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 적정가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 계열 사모펀드로부터 사들인 주당 11,000원이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엄격하고 정확한 돈 계산이 생명인 기관투자가가 헐값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왜 전정도 회장에게 높은 프리미엄을 챙겨주었을까?

포스코측은 "당시 거래되던 성진지오텍 주가가 1만원 수준이어서 통상적인 30%의 프리미엄을 감안해 주당 평균 1만 2900원을 지급한 것"이라며 "전정도 회장의 지분에 대한 거래금액 기준으로 90%의 프리미엄을 지급했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미래에셋과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주식을 사들인 가격에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식인수 계약은 미래에셋과 체결했기 때문에 미래에셋과 전 회장 사이의 매각대금은 서로 간 합의를 통해 나눠 가진 것으로 포스코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발뺌을 했다. 

이같은 포스코의 주장에 대해 증권계의 M&A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먼저 성진지오텍의 주가가 1만원 선이어서 통상적인 30%의 프리미엄을 얻어 주당 1만 2900원을 지급했다는 부분에 대해 '상식 이하의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M&A는 주식인수가 이뤄지기 전 3개월 평균주가로 매입가를 산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M&A는 최소 1~2개월 전부터 인수조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며 주식시장에 관련 정보가 유출되어 주가 조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대체로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M&A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에 임박해 주가가 이미 뛴 가격을 기준으로 프리미엄을 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포스코가 그러한 관행을 무시하고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면 재량권을 지나치게 발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개월 평균가격 8300원 선과 1만원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 포스코 측이 주장하는 기준가격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미래에셋에는 10%의 프리미엄만 제공한 것이어서 전 회장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  

포스코측이 "주식매입 업무를 미래에셋에 맡겼다"며 "전 회장으로부터 사들이는 주식매입가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회피를 위한 '짜맞추기 식' 논리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계약당사인 포스코가 매각대금 배분을 미래에셋과 전정도 회장이 서로 합의‧결정하도록 맡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지분 늘리면서도 290억 '대박'터뜨린 전정도 회장

전정도 회장이 M&A과정에서 특혜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의혹은 더욱 커진다. 전 회장은 2010년 3월 11일부터 17일 사이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성진지오텍의 주식 445만 9200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BW)을 먼저 확보한 다음 포스코에 440만주를 팔았다.

그는 결과적으로 6일새 성진지오텍의 보유주식을 5만 9200주 늘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지분을 더 확보하면서도 돈을 들이기는 커녕 오히려 29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는 ‘대박’을 터뜨렸다.  

기업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어 부도날 회사를 매각할 처지에 놓인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더 늘리면서도 거액의 현금을 챙긴 사례가 생긴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그 원인을 포스코와 산업은행이 제공했다. 먼저 산업은행은 전 회장에게 기관투자가들이 포스코에 매각한 정상적인 가격 1만 1000원 보다 싼값(주당 9620원)에 BW를 팔아넘겼다. 포스코는 6일후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1만 6330원에 전 회장의 보유지분을 사들였다. 

이로 인해 전 회장 개인 금고를 기준으로 보면 445만 9200주를 9620원에 사들였다가 6일후 이 가운데 440만주를 꺼내 1만 6330원에 팔아넘긴 꼴이 되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첫 번째 의혹은 6일 사이에 산업은행과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의 가치를 평가한 금액이 70% 가까이 차이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전 회장에게 팔 때는 싸게 팔고, 그 주식을 살 때는 비싸게 사줘서 특혜를 준 두 회사 모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이와관련 성진지오텍의 인수과정에서 정권의 실세가 개입되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권 실세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전 회장과 그의 유착관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전정도 회장에게 3년간 최고경영자로 유임시키는 배려까지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측은 “거래처의 80% 이상이 해외 고객이며 전 회장은 주요시장별로 30개국 130여 에이전트를 운영해오던 전문가여서 인력 및 고객 이탈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유임시켰다”고 답변했다.  

▇ 전문가도 고개 갸우뚱 ‘이상한 M&A’

2010년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소속 박선숙의원은 성진지오텍 주식거래와 관련하여 “포스코의 주식매수와 산업은행의 신주인수권 매각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수상한 거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올해 지식경제위원회 국감에서도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등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에 대해 정치적 외압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전문가는 “통상적인 M&A에 있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30%수준인데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고, 안정적 경영권 확보비율(통상 50%+1주)도 안되는 40.37%를 인수하면서 대주주에게 90%넘는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은 납득키 어려운 이상한 거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