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저금리시대에 접어들며 올해 말 세제혜택이 끝나는 즉시연금을 두고 보험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즉시연금의 절세혜택이 조만간 끝난다며 절판마케팅을 통해 판매해 한푼이라도 더 수수료를 챙기려는 은행과 저금리시대에 역마진을 우려해 판매를 접으려는 보험사 사이에 말못할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하고 원금과 이자를 매달 연금으로 받거나(종신형) 이자만 받고 원금은 일정기간 지난 후 돌려받는(상속형) 보험상품.
즉시연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은 현재 4.4~4.7% 정도로 일반은행의 시중금리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변동금리인 공시이율이 낮아질 경우에도 2.0~2.5% 수준의 최저 보증이율을 보장한다. 또 연내에 가입하면 세제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즉시연금의 세제혜택 폐지를 밝힌 이후 즉시연금의 가입자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저금리시대가 장기화될 경우 보험사들은 역마진 우려로 인해 판매가 잘 되도 웃을 수가 없다는 것.
저금리시대가 장기화 되고 있는데다가 보험사들의 주요 투자처인 국고채 금리 가격이 하락하며 돈을 굴릴 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즉시연금은 팔면 팔수록 손실위험이 커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보험사 2~3군데 빼고는 상당수 업체들이 방카슈랑스(은행, 증권사 등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채널을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접었고 설계사를 통한 판매도 중단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절판마케팅을 통해 예적금이 종료된 고객을 붙잡아 두려는 은행은 보험사를 압박해 즉시연금을 팔지 않으면 다른 저축성 보험까지 판매하지 않겠다며 보험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일부 시중은행에서 즉시연금을 통한 수수료 챙기기에 혈안이 돼 보험사에 '즉시연금을 판매하지 않으면 다른 보험상품도 다루지 않겠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며 "이는 보험상품의 70% 이상이 은행에서 판매되며 갑의 입장이 된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도덕을 해치고 있는 것이라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의 세무사는 "은행 입장에서야 절판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즉시연금이 효자상품이 아닐 수 없다"며 "하지만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우려하면서도 일부 은행의 압력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판매를 중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즉시연금으로 인한 역마진 우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에 상당수 보험사에서 즉시연금 상품 자체를 접은 상황이지만 판매를 원하는 은행의 눈치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즉시연금의 지나친 절판마케팅에 주의보를 내린 바 있다.
묻지마식 절판마케팅 속에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
즉시연금은 예·적금 상품과 달리 계약이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가입자 본인 사망 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은 10년 이내에 해약할 경우 세제혜택이 없고 가입 후 2~3년 이내 해약(상속형, 확정형)할 경우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높은 데다 종신형은 해약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가입 시 본인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