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연경관 보려면, 세금 내라고?" = 제주도가 최근 관광객들에게 '환경자산보전협력금' 부과를 추진했다,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방침을 접었다.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의 속성은 '세금'.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새로운 세금제도에 대한 저항은 상당했다. 제주도의 입도세 도입 논리는 '조세저항'을 막아내기에 너무 빈약했다.
최근 제주도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경자산보전협력금부과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 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 70여건 중 한 가지로 채택된 이 방침은 뜨거운 갑론을박 끝에 무산됐다.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은 일종의 세금, 즉 '입도세(入道稅)'였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달성,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제주도 방문 관광객(공항 또는 항만 이용객)으로부터 세금을 징수, 환경자산 보전기금으로 활용하다는 취지는 설득력을 충분히 갖춘 모습이었다. 세금징수가 가져오는 각종 역기능과 관광업계의 반대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결국 제주도는 입도세 도입 방침을 스스로 철회했다.
하지만 추후 이 문제는 재차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불씨'를 남겨 놓았다. 환경보전 문제는 전 세계적 관심사 중 하나이고, 환경보전을 위해 사용할 재원은 세금과 같은 별도의 재원 마련책 없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입도세 논란, 제주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제주도의 입도세 도입 논란은 오랜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일을 떠올리게끔 만들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4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강원도가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을 복구하는데 쓸 비용 마련을 목적으로 입도세(관광세) 도입을 추진했었다.
당시 강원도는 '국민관광여가지대', '국민의 허파'라는 점을 앞세워 연간 68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였지만,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교통혼잡 등으로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입도세 도입을 위해 강원도가 한 연구원(강원발전연구원)에 발주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 경계지점 60여개소에 부스를 설치, 관광객이 강원도 경계를 넘어설 경우 1인당 1000원 또는 2000원의 입도세를 징수하는 방안이 적혀 있었다.
이를 통해 최소 450억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다.
2003년 기준 강원도의 예산은 1조4000억원 수준이었고, 중앙정부에서 배정한 예산(교부금 등)을 제외한 순수 지방세수입은 37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시군을 합친 전체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6.7%로 전국 평균(56.3%)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었다.
환경보전도 중요하지만 빈약한 지방곳간을 채울 450억원의 수입을 보장한(?) 입도세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강원도는 제도 도입을 위해 매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뜻을 이루는데는 실패했다. 세금징수로 인한 부작용, 국내 여론의 악화 등 난관에 봉착하면서 백지화됐다.
◆ 입도세, "해외는 어떻게?"
외국의 입도세 도입 사례도 살펴볼 만한 부분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관광 및 지역개발, 환경오염 방지 등을 목적으로 입도세 형태의 조세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주로 통용되는 명칭은 '관광세'. 최근 학계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관광세는 '호텔숙박세'다. 세율은 각 자치단체별로 다르지만 평균 10∼11%(호텔숙박료 기준)이다.
호텔숙박세의 경우 징수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닌 타 지역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미국은 극장·나이트클럽·스포츠센터·카바레 등 유흥업소 출입시 입장료에 6% 내외의 '오락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는 지역 주민과 타 지역 관광객들과 차별을 두지 않고 과세되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도 '체류세' 명목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 이용객에게 1인당 약 1000원(한화 기준)의 체류세를 부과해 연간 약 15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도 마찬가지로 시내에서 숙박을 하는 모든 외래관광객은 자신이 묵은 호텔에 관광세를 지불해야 한다. 1∼3성급에 머무는 여행객은 최대 10박까지 1박당 2유로(한화 약 2800원), 4∼5성급은 1박당 3유로(한화 약 4200원)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방세 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 역시 각종 관광 관련 조세 제도를 운영한다. 주요 관광세로 '골프장이용세', 광천욕장의 입장객을 대상으로 하는 '입탕세', '문화관광시설세', '요트·보트세' 등이 있다.
대만은 일반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무도장·영화관·직업가수 공연·오페라·골프장 등의 고급시설에 입장할 경우 입장료에 약 6∼10%의 세금을 오락세 명목으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부과하고 있다.
◆ "입도세 아닌 입도세 부과 지역은 있다"
이미 설명했듯 지난 2004년 강원도, 최근 제주도가 입도세 도입을 천명했던 표면적인 이유는 '자연환경보전'이었다.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라는 교묘한(?) 명칭이 붙긴 했지만, 명백한 세금이었다는 측면에서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고 두 지자체의 시도는 끝내 무산됐다.
새로운 세금제도 도입은 그것이 국세이든 지방세이든, 액수의 높고 낮음을 떠나 상당한 '반발력'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지자체가 내세운 입도세 도입의 표면적 명분은 반발력을 감당하기에는 허약했다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제주도 관할의 우도와 마라도, 지난 2009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증도와 전남 장흥군의 우드랜드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주목할 만한 부분.
마라도와 우도는 해상도립공원 입장료 명목으로 각각 1500원과 1000원씩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특히 우도의 경우 이를 통해 2007년 5억7100만원, 2008년 6억8000만원의 수입을 거두는 등 해마다 관광객 증가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남 신안군 소재 증도는 지난해 5월, 장흥군 소재 우드랜드는 올해 1월부터 관광객들에게 입장료(성인기준 2000원) 받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입장료를 받는 이유도 자연환경보전이 명분. 증도의 경우 관광객들이 섬을 나갈 때 쓰레기를 수거해 오면 입장료 가운데 1000원을 환불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입장료 정책을 사실상 입도세 정책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효과적인 입장료 정책을 통해 일반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한 이들 지역은 성공했고 강원도와 제주도의 전면적인 입도세 도입은 실패했다.
입도세와 입장료의 어감 차이(?), 즉 조세저항의 크기에서 갈린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