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세(入道稅)의 불편한 진실, '지방곳간' 채우기?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려한 경관의 관광지가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 매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해 왔고, 올해의 경우 관광객(외래 기준) 1000만명 돌파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는 해외 관광객들은 물론 내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다. 제주도청 집계에 따르면 2011년 12월말 현재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은(외국인+내국인) 총 874만명에 달했으며 관광수입 또한 4조5052억원을 기록했다.

이렇듯 사람의 손길과 발길의 들고남이 빈번한 제주도는 무수한 관광객들로부터 파생되는 자연환경 오염 피해가 심각하다며, 이를 '입도세(入道稅)'라는 조세를 도입해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접었다.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란 명칭으로 조세를 징수, 자연환경 보전에 사용되는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제주도의 방침은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볼 때 확실한 명분을 확보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제주도가 표면에 부각시킨, 보기 좋은 명분에 불과했다. 제주도가 입도세 도입을 추진했던 속사정에는 빈약한 '지방재원' 확보를 위한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입도세 도입에 대한 저항(조세저항)을 이겨내지 못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 입도세 도입의 진짜 이유, "지방곳간 채우기?"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한 제주도의 재정자립도(2012년 기준)는 28.5%. 전국 평균인 52.3%에 비해서도 턱없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즉,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존립 자체가 힘겨운 상황인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제주도만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조세체계상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2 수준으로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상대적으로 재원마련 자체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정치바람'을 타고 실시된 무상급식 및 무상보육 등 재정지원 여파로, 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의 지자체들도 중앙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했을 정도로 지방재정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십 수년에 걸쳐 각 지자체들이 기존의 지방세목이 아닌, 새로운 세목을 개발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2004년 강원도(2012년 기준 재정자립도 26.9%) 최근 제주도의 입도세 도입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들은 지역특성과 연계한 신(新)세원 발굴에 열을 올려 왔다.

간판세, 온천세 등과 함께 지난 2009년에는 뜬금 없이(?) '애견세'라는 기상천외한 조세제도를 특정 지자체에서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들의 신세원 발굴 노력은 조세저항에 부딪히면서 하나같이 좌절됐다.

지자체들의 신세원 발굴 노력이 번번히 실패한 이유는 사실 지자체들 스스로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수 년전부터 지자체들의 방만한 재정운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등 일반 국민들이 가지는 새로운 조세제도에 대한 '저항력'만 잔뜩 키워놓았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제주도가 환경보호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명분을 내세우고도 입도세 도입에 끝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도 지방재정 운용 실패의 책임을 일반 국민들에게 되돌리려 했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저항력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 "꼭 세금만이 지방재원 확충의 방법 아니다"

제주도가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입도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도입한 '지방소비세'가 오히려 세수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적인 재정확보 대안으로 입도세가 부각됐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당초 제주도는 공항과 항만을 통해 제주도로 유입되는 관광객 등에게 일정액을 부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항공료와 배 운임료 증가로 이어질 경우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혔고 특히 제주도민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도 불거졌다.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마찰'이 빚어졌다. 제주특별법의 부담금관리 기본법상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등 법 개정이 필요했었고,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 관계당국을 설득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조세저항을 비롯한 복합적 난관에 부딪히면서 방침을 접기는 했지만, 모든 것을 떠나 자연환경 보호라는 명분만을 부각시켜 볼 때 제주도의 경우 어느 정도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한 방책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제주도가 사실상의 '세금제도'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급진적 행보를 보인 것이 패인이었을 뿐, 다른 방식을 차용해 재원 마련에 나선다면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세 연구보고서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선별적으로 징수 가능한 대상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관광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광자원의 입장 및 이용, 골프장, 스키장, 관광유람선, 테마공원 이용 등을 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의 호텔관광세 등의 사례도 활용해 볼만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숙박의 경우 관광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인데다, 호텔 등 특정 고급 숙박시설 요금에 대한 일정액 과세는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우도나 마라도처럼 '입장료' 정책을 사용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의 한 환경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는데, 연간 100만명이 다녀가는 한라산에 입장료를 다시 부과하면, 입도세 도입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