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저희 음식점 바로 옆에 또 음식점을 내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필자가 법률상담 중에 종종 듣게 되는 사연이다. 건물주가 세입자와 유사한 업종의 점포를 같은 건물에 입주시키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법률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애초에 임대차계약서상에 자신의 '영업지역'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시켰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기와 같은 건물주의 행위가 법률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보인다.
이는 일반인의 법감정과 실제의 법률이 상이한 대표적인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어떨까? 가령,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는데 가맹본부가 바로 옆 건물에 동종 프랜차이즈 매장을 개설하였다면, 이것은 위법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맹계약서 상에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당해 가맹점사업자만이 영업할 수 있는 배타적인 지역)의 보호에 관한 내용이 없다면 이러한 가맹본부의 행위는 민사법적으로 유효하다.
이러한 영업지역의 보호는 가맹점 수를 증가시켜 많은 가맹금을 받으려는 가맹본부와 독점적 영업지역을 확보하여 매출을 올리려는 가맹점사업자의 입장이 대립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맹점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영업지역을 보호하는 취지를 반영하도록 가맹사업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의 개정을 촉구하였고, 실제로 초기 개정안은 가맹계약의 내용과 무관하게 영업지역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불공정거래행위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후 개정 과정에서 '가맹계약을 위반하여'라는 문구가 추가되어 현행 가맹사업법 제12조는 '가맹계약을 위반하여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구 하나로 인해 가맹계약에서 정하지 않는 이상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보호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법률적인 근거를 얻게 된 셈이다.
물론 가맹희망자가 가맹계약 체결시에 가맹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영업지역보호의 인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상당수의 가맹희망자들은 수십 장에 달하는 가맹계약서를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업지역은 당연히 보호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니 분쟁이 계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2010년 2월 10일 기준으로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브랜드 중 81%가 영업지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의 영업지역 침해에 대해 아무런 대처를 할 수가 없을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맹사업법은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에 영업지역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영업지역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도 그러한 내용을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에 명시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정보공개서 양식을 보면 영업지역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직영점이나 다른 가맹점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반드시 기재하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만약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에 영업지역 보호가 인정되지 않음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 이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여 가맹본부에 대한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 역시 가맹점사업자가 희망하는 정도의 효과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고, 만약 가맹본부가 영업지역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확하게 표시하였다면 가맹점사업자로서는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다.
결국, 가맹계약 체결과정에서 신중한 법률 검토를 거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분쟁예방수단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