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외벌이 가구 급여기준 차등화 필요"
저소득 근로자들의 근로욕구를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복잡한 수급요건이 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근로장려금 수급기준 가운데 '주택가격 6000만원 이하' 재산기준은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에서 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김정호 세무사는 '근로장려세제 정책의 효과성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세대주 전원이 무주택이거나 시가 6000만원 이하 소규모 주택 한 채를 소유한 경우에 한해 근로장려금 신청을 제한한 부분이 EITC 활성화의 현실적인 장애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재산기준에는 주택은 물론 토지, 건축물, 자동차, 전세금, 금융재산, 증권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 같은 총자산 합계가 1억원이 넘지 않더라도 6000만원이 넘는 주택이 있다면 이것만으로 수급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문제점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김 세무사는 보고서를 통해 "총재산이 1억원 미만이나 주택가격이 6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급요건 중 주택요건을 폐지하고, 재산요건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산기준 외 별도의 주택요건을 두는 것은 집행 과정에서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 세무사는 특히 EITC를 가장 먼저 시행한 미국도 소득, 자산, 부양자녀 요건 외 주택요건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개선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또한 근로장려금 지급 시 맞벌이 부부를 좀 더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벌이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급여기준을 같이 설계할 경우 배우자 등 가구 내 이차소득자의 근로의욕이 오히려 줄 수 있으며, 자녀 부양부담은 외벌이 가구나 맞벌이 가구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양자 간 일정 부분 차별성을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세무사는 맞벌이 부부의 급여수준 자체를 올리기 보다는,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줄어드는 점감구간에 적용되는 소득범위를 맞벌이 가구는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급과정에서 근로소득자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오는 2014년부터 자영업자들에게도 근로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인데, 현재의 급여수준(연평균 77만원)을 고려할 때 6년 전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근로소득자 가구보다 462만원의 정부지원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세무사는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금 적용시기가 지연된 이유는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소득파악의 의무는 과세관청에 있는 만큼 근로소득자 근로장려금 급여수준을 높이면 자영업자와의 불평등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세제, 세정상 개편작업을 착실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농·어민에 대한 EITC 적용문제 검토 및 기존 소득세제와 근로장려세제의 조화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특히 근로장려세제가 가구에 대한 일종의 세액공제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기존 소득공제 혜택 등과의 중복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