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세종시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내년 초 들어설 새 정부에서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로 '국민과의 소통'을 꼽았다.
김 총리는 이날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현 정부에서 가장 아쉬운 점과 차기 정부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시간을 갖고 해야할 것이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과 정부 상호 간에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평가를 하면 좋았을텐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반에 소통 노력을 많이 했지만, 초반 소통 부족의 인상이 지속되서 많은 오해도 쌓이고 잘못 인식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정부도 국민과 어떻게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면서 "그동안 선거에서 이런저런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건 할 수 없고, 이건 시간 때문에 미뤄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면서 협조를 구하고 납득시킨다면 국민들도 이해하고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년여간의 총리 생활 동안 아쉬웠던 점으론 한일정보보호협정 처리 문제를 꼽았다.
김 총리는 "한일정보보호협정은 숨길 이유가 없는건데, 과정자체가 문제였다"면서 "언론에 엠바고를 걸고 공개를 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정보보보협정을 체결하더라도 개별 정보를 주느냐 마느냐는 해당 국가의 결정에 따르는 부분이기 때문에 협정 자체가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부 입장에선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표를 안하는 관행이 있나본데, 처리를 하면서 비밀사항으로 해버리니 오해의 빌미가 된 것 같다"면서 "사전에 광복회 등에 가서 설명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설명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제의 부상과 더불어 논의되고 있는 인사제청권에 관해선 "현재로선 총리에게 제청하라고 하더라도 제청할 기본자료가 시스템상 안 갖춰져 있다"면서 "총리가 인사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사제청권을 얼마나 행사했느냐는 질문엔 "대통령께서 총리의견을 참조하고 존중하는 쪽으로 살려가야한다"면서 "현재로선 대통령과 총리가 협의를 하고 합리적인 의견교환이 있다면 제청권이 행사됐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총리실 산하의 공직윤리복무지원관실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감찰 기능이 중복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감사원이 지금 인력으로 공직사회 전반을 커버할 수 없다"면서 "내부적인 통제와 외부적인 통제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퇴임 이후의 계획에 대해선 "그동안 어떤 틀 안에서 정해진 일을 했는데, 그런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면서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조용히 여행도 하고, 미뤄뒀던 책도 보고 시간을 지내다보면 계획이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총리 생활에 대해선 "학교폭력, 불법사금융 척결, 보험사기 해결 등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위해 화려하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총리실 간부와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해왔다"
이어 "취임 때 할 일을 조용히 챙겨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고, 조금의 성과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후임 총리가 오시면 기본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하는 일은 해나갈테니 계속 관심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9월 취임 2년을 맞은 김 총리는 내년 2월 임기를 마치게 되면 재임기간 2년5개월로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