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규제에 관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이번 규제가 프랜차이즈 빵집에 집중될 것으로 보임에따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또 대형유통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빵집규제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1일 파리파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대기업과 대한제과협회 사이에 조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함에 따라 오는 27일 강제 조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 프랜차이즈 빵집만 규제? 형평성 논란
프랜차이즈빵집을 운영하는 대기업과 동네빵집을 대표하는 대한제과협회는 그동안 사활을 걸고 '빵집규제' 논란을 벌여왔다. 하지만 제빵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의 적정성 여부는 골목상권보호라는 경제민주화 논리에 떠밀려 대기업측이 반박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밀려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는 제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을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규제의 강도가 어느 수준인지가 관심이다. 동반성장위의 규제대상에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운영 빵집은 제외하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남았다는 소문이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체 측은 롯데의 보네스뻬, 신세계의 데이앤데이, 홈플러스의 아티제블랑제리 등 유통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수가 900개가 넘는데 이를 제외하는 것은 규제의 형평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는 대한제과협회에서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때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거론했기 때문에 유통대기업 빵집은 처음부터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논란은 이중규제 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4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에 대해 기존 점포 500m 이내에선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해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동반위의 신규출점 규제가 추가로 이루어지면 이들 업체는 사실상 신규 출점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중규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파리바게뜨는 "1945년 상미당 이라는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며 성장해온 제빵전문기업인데 이제 와서 성장을 멈추라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가맹점주들 역시 동네 빵집에서 시작해 간판을 바꾼 영세한 사업자들이 많은 만큼 재벌의 빵집 진출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주 100여명은 지난 12일 대한제과협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신청은 부당하며 자신들도 영세한 빵집주인들로서 브랜드 성장 자체가 막히게 되면 본부의 지원과 영업도 위축된다며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동반성장위에 전달했다.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빵집 가맹점 주 들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철회와 생존권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뚜레쥬르는 지난 10일 매장수를 일정수준 이상 늘리지 않겠다며 스스로 확장 자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 사자를 우리에 가둔다고 평화 오나? 핵심은 맛, 값, 위생 등 경쟁력을 키워야...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사자를 우리에 가둔다고 정글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며 "대기업 빵집을 규제하면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정글에서 사자가 사라지면 표범과 하이에나 등 차 순위 맹수들이 역할을 대신하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빵집 보다 가격이 40% 정도 저렴하면서 맛이 좋은 빵을 만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이지바이, 인디오븐, 잇브랜드 등의 빵집을 대표사례로 지목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규제의 보호막을 만들어 보호하는 것보다 동네빵집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논리다.
빵은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먹거리 음식이 됐다. 제빵업계나 국가나 깨끗하고 안전한 제품이 국민들에게 공급되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업체들의 안전먹거리 제공에 대한 불감증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식약청은 서울과 강원도, 부산 대구 등 영남권 49곳의 빵집에 대한 위생상태를 점검한 결과 30%가 넘는 15곳이 불량 케이크 제조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위반 업체 중에는 크라운베이커리 대구공장, 강원도 속초의 ‘빵굽는사람들’, 강남 삼성동의 ‘빠나미’ 등 제법 이름 있는 빵집들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다.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경쟁력이다. 누구도 넘 볼 수 없는 차별화된 값싸고 맛있는 제품을 생산하다면 재벌빵집도, 프랜차이즈 빵집도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수 1위 업체인 카페베네가 제빵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번 규제 대상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유통 대기업들의 매장 확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쪽을 눌러서 다른 한쪽을 살리는 동반성장은 진정한 골목상권보호가 될 수 없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자를 키워내는 결과만 낳을 것 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