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인수위 파견 앞두고 가계부채 시각차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부채와 관련해 상반된 인식차이를 보여줘 주목을 끌었다.
3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기자실에서 진행된 송년다과회에 참석해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간 같은 입장을 고수했듯이 가계부채와 관련한 재정투입은 아직 시기가 이르며 되도록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기본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15년간 누적된 문제로 핵심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정책에 있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금융정책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이유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나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가계부채는 본원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채무자와 채권자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며 "이것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시스템, 모럴헤저드를 방지하고 국민경제 형평성을 확보하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별제권의 법적 검토, 다중채무자 관련 사안, 은행들의 공동 보조와 관련된 부분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공동의 기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누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주도할지는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것이 그의 지적.
더구나 그는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개인 채무자를 위한 구제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정부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듣기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공약과 시각차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장기·저리 전환대출에 사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일정 부분 국가에서 재원을 마련해 가계부채 문제에 깊숙히 관여하겠다는 포석인 것.
권혁세 금감원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매입하고 프리워크 아웃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박 당선자의 가계부채 대책과 궤를 함께 했다.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개인 채무자를 위한 구제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한 김 위원장과 권 원장간 일정 정도 시각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또한 권 원장은 하우스푸어 대책, 신용평가 제도 개선 등 박 당선인의 다른 공약들도 새해 핵심 업무로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보폭을 맞춰나가는 분위기.
하지만 김 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재정을 투입할 것이란 뉘앙스가 강한데 이와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대답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을 투입할 때가 아니라고 한 것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이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당사자간 문제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전달한 것이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사자간 문제 해결이 원칙이지만 도저히 해결이 안될 경우 지난 1997년처럼 정부가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금융기구의 체제개편에 대해서도 우려스런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기구는 경제, 예산, 세제, 금융 4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그동안 이들에 대한 모든 조합이 이뤄졌다"면서 "5년마다 조직을 바꿔 왔는데 (유행에 따라 바꾸는)무슨 패션도 아니고 이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며 금융기구 체제개편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