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이하 박 당선인)가 선택됐다. 그동안 치러온 선거마다 여당을 승리로 이끌며 붙여진 '선거의 여왕' 타이틀을 자신의 대통령 당선으로 또 한번 굳게 지켜냈다.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때마다 당의 전면에 등장해 숱한 위기를 극복해왔다.
지난 4·11 총선만 해도 다 쓰러져가던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서, 당명까지 바꾸는 등 눈물나는 쇄신 노력을 펼친 끝에 100석도 힘들다던 새누리당에 151석의 과반 의석을 안겨줬다.
이번 대선에서도 TV 토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北 로켓 발사 등 막판 변수로 선거 당일 방송사 출구조사에서까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지만, 총 득표 수 1577만3128표(51.6%)로 유권자들로부터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은 박 당선인은 항상 그래왔듯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박 당선인이 겪었던 지난 위기들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제18대 대통령으로서 지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내 계속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대 초반까지 추락한 한국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도 경제 전망은 올해만큼 좋지 않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유로존 재정위기 장기화, 미국 재정절벽 가시화 등 대외적인 불안요소가 여전해 기껏해야 3%대 초반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박 당선인의 모습은 여당을 위기에서 구원해주던 '정치 퀸'(Queen)이 아니다.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경제 대통령'으로 박 당선인이 변신할 차례다.
□ 실패작 MB노믹스…"글로벌 위기에 무너진 7·4·7" = 지난 2008년에도 이미 '경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가 출범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공약으로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MB노믹스라고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약속한 7%대 경제성장은 연이어 터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의 높은 파도를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8년 2.2%, 2009년 0.2%, 2010년 6.2%, 2011년 3.6%, 2012년 2.1%(잠정치)로 연평균 2.86%에 그쳤다.
하지만 내년이 더 문제다. 글로벌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세를 감안할 때 우리경제도 내년 하반기 이후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출중심의 성장 구조로 대외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미국의 재정절벽 등 위험요인은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고, 회복 가능성보다는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올해 42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도 내년에는 300억달러로 급감하고, 취업자 증가세도 44만명에서 32만명으로 주저 앉을 전망이다. 2.2%로 안정된 물가도 내년에는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정부, "경제위기 해결할 묘수(妙手)는?" =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갈 각종 정책들을 공약에 담아 발표한 바 있다.
공약의 핵심은 역시나 '경제정책'이었다. 특히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에 집중된 '부'(富)를 우리사회 곳곳에 골고루 나누며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사회 취약계층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철저히 막고,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공약대로라면 서민들을 옥죄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20만 채무불이행자들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도 시행할 방침이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도 마련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IT 등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 일자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 내년 경제 최대변수, "글로벌 경제위기 대책은?" = 하지만 박 당선인이 내놓은 경제정책에는 다 꺼져 가는 한국 경제의 불씨를 화끈하게 살려낼 만한 효과적인 거시경제 정책과 경기부양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중소기업 지원 강화, IT 및 과학기술 개발 등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경제가 성장하는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실제로 MB정부 내내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경제를 강타한 2번의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만 지난 5년을 모두 할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 13조100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시행하며, 경제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성장률은 2%대에 턱걸이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MB정부가 7% 경제성장률 달성에 실패하며 저성장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 등급을 상향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경제 전망이 밝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여건이다. EU·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 경제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내년도 경제성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이 도출되지 않거나, 미국 재정절벽이 가시화될 경우에는 3% 성장률 달성도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지정학적 리스크 및 기상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급등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려운 서민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재원마련 대책을 앞세운 현실적인 복지정책을 보다 확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재원마련 대책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도, 복지정책도 모두 충분한 밑천이 마련된 상태에서 가능하다.
최소한의 경제 성장이 없다면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내년도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대외 리스크를 현 정부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하다.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의 성패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될 내년을 과연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2월말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지, 그 해법이 과연 고사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