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명박 정권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부실 논란을 긴급 진화하기 위해 임기 내에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철저한 검증을 실시할 방침이다.
4대강 사업 검증은 최대한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총리실,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이 아닌 수자원 및 토목분야 민간전문가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23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강 사업 감사원 감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해 다시 한번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 "4대강 사업은 안전하고, 수질도 개선됐다" = 우선 정부는 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실시한 결과, 보의 안전성과 수질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 4대강 보의 안정성이나 수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4대강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라는 설명이다.
임 실장은 "4대강의 보는 안전하고, 수질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여러 사항들도 4대강의 안전성 확보와 수질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 결과발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현재 보완했거나 보완중에 있다"며 "감사원 지적사항은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사항들로서 추가로 필요한 사항들은 앞으로 신속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헷갈리는 4대강 감사 결과, "누구 말이 맞나? = 감사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통해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으며, 수질관리 기준설정이 부적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의 핵심 시설인 보의 경우 16개 중 11개가 안전성이 부실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준설량과 유지 준설비도 과다하다고 밝혔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하천 수질관리 기준설정도 부적정해 '녹조라떼'라고 불리는 조류 대책이 미비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하지만 정부는 감사원의 주요 지적사항에 대해 4대강 사업으로 신설된 보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고, 수질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반박했다.
우선 감사원은 4대강 보가 국내에서 처음 설치되는 4∼12m 대규모 보임에도 불구하고 4m 미만의 소규모 보의 설계기준을 잘못 적용했고, 대부분의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세굴 피해가 발생해 16개 보 중 11개 보의 안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실장은 "국토해양부의 하천설계기준에 따르면 보는 구조물의 높이가 15m 미만인 구조물로 규정돼 있고 15m 미만 구조물에 적용되는 하천설계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설계·시공 됐다"며 "감사원에서 지적한 4m 이하 기준은 소규모 농업용 보 설계시 적용되는 것으로 4대강 보에 적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이 지적한 설계기준은 보의 본체 등 전체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항이 아닌, 보 구조물 일부인 물받이공·바닥보호공에 관련된 사항"이라며 "보 본체는 암반에 직접 기초돼 있거나 시트파일(sheet file)로 단단하게 고정돼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질 문제의 경우 감사원은 보 설치로 물이 잘 흐르지 않아 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으므로, 현행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중심의 수질관리를 계속할 경우 수질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COD(화학적산소요구량) 및 조류농도 등을 수질관리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실장은 "정부는 4대강 보 설치 구간 내 수질을 당초 수영이 가능한 좋은 물인 하천 2급수로 개선하기 위해 BOD 기준을 적용해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했다"며 "그 결과 BOD가 예년 대비 10% 감소하는 등 수질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물이 흐르는 가동보가 설치된 4대강을 물을 가둬 놓은 상태인 호수와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측면이 있다"며 "잠실 수중보 등 물이 흐르는 가동보가 설치된 하천의 경우 지금도 BOD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 실장은 "정부는 보다 깨끗한 물관리를 위해 총인(TP), COD 등을 감안해 수질관리 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대강의 준설량이 과다하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도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200년에 1번 발생할 수 있는 큰 홍수 피해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준설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우리나라 홍수피해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볼라벤, 산바 등 4개 태풍이 연속적으로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100년만의 가뭄을 겪기도 했다"며 "정부는 기후변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대강 전 구간에 200년 빈도 이상의 홍수피해와 물부족에도 견딜 수 있도록 준설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준설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사업초기인 2011년을 기준으로 매년 2890억원의 준설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토부 분석에 의하면 감사원 예측보다 크게 적은 연간 174억원의 유지 준설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 민간전문가 '4대강 검증팀' 구성…"MB정권 임기내 검증 착수" =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원 감사 결과로 빚어진 4대강 사업 부실 논란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리실이 중심이 돼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작업을 실시해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다.
4대강 사업 검증 대상도 감사원 감사 지적사항인 4대강 보의 안전문제와 수질개선 실태는 물론 홍수예방과 물확보의 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사업 전반으로 확대한다.
특히 공정하고 투명한 검증 작업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수자원 및 토목 분야 민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검증을 실시할 방침이다.
임 실장은 "수자원과 토목 전문가 모임인 관련 학회가 중심이 되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충실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필요한 뒷받침은 하겠으나 검증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전문가에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민간전문가 검증팀 인선작업도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로 했고, 수자원 및 토목 관련 학회에서 객관적으로 전문가를 선정해 검증팀을 꾸리도록 할 방침이다.
검증 작업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인 다음달 안에 시작하고, 단기간에 확인이 가능한 사항은 신속히 검증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수질 관리 등 다소 검증에 시간이 필요한 사항들은 중장기적으로 검증해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임 실장은 "전문가 선정에 정부는 결코 개입하지 않겠다"며 "검증 일정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 정부 임기 내에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증을 현 정부 임기 내에 시작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다"며 "검증 결과와 필요한 조치는 차기정부에서 이뤄질 것이고, 우리 정부는 약 1달 남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