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안, 국회법 따라 진행…野 거부로 무산될 듯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관련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적격 인사'라는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가결과 관련, 당내 반대여론이 높을 것을 의식해 '권고적 당론'으로는 결정하지 않았으며, 국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진행키로 했다.
현재 민주통합당이 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부적격 보고서'를 내기로 밝힌 데다, 여의치 않을 경우 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할 예정이어서 국회 본회의 회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국회법 절차대로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며 "내일 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에 회부하고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정하는 게 국회법이 정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변인은 "일부 의원들이 이 후보자에 대해 특히, 특정업무경비 처리로 볼 때 헌재소장으로서 최적의 인물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날 유보적 입장을 밝힌 의원은 검사출신의 박민식 의원과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 초선인 김태흠 의원이었다.
■ 특정업무경비, MMF 계좌 입금 사실로…'도덕성' 타격 = 김성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특위 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적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친일 후손의 재산문제까지 걱정하는 재판관을 국민 기본권 최후의 보루인 헌재소장으로 한다는데 동의할 수 없고 특정업무경비 의혹도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태흠 의원도 "헌재소장은 도덕성 측면에서 장관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는데 이 후보자를 놓고 지저분한 의혹이 수십 건 나오지 않았느냐"며 "또한 여러 의혹이 헌재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내부 신망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를 자진 사퇴하도록 하든가 심사경과 보고서를 '부적격'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총에서 한 재선 의원은 의총 이후 "어디서 그런 X를 데려왔느냐"며 노골적인 반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반대 기류 확산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내에서도 나타났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횡령 및 유용 논란에 대해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데 쓰면 안 되지"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재오 의원도 "특정업무 경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고, 오후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금을 사적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부패"라고 이 후보자를 겨냥했다.
한 최고위 핵심 관계자 역시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서 "자격미달"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당내 반대 기류가 확산되는 데는 전날(22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일부를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MMF(머니마켓펀드. 초단기 금융상품)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 후보자는 급여계좌와 특정업무경비계좌 외 또 다른 계좌(MMF계좌)가 있다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추궁에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날 저녁 일부 언론에서 특정업무경비 일부가 MMF계좌로 입금됐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계좌의 존재를 시인했다.
■ "야당이 '부적격 인물'로 낙인…결정적 하자 없다" =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과는 달리 여전히 '적격 인사'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강은희 의원과 김진태 의원 등은 '결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야당을 '부적격 인물'로 낙인찍고 여론몰이를 강하게 한 면이 있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청문회가 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았던 것을 의식한 듯 "(의총에서) 반대의견도 내야지 그럼 찬성의견만 내느냐"며 "오늘 다양한 의견을 들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의 정치후원금을 받아 논란이 된 장윤석 의원은 기부금에 대해 "기부금을 내고 다시 소득공제를 받아 실정법 위반이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