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고심 끝에 선택한 첫 인사이자 가장 상징성이 큰 인사는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이 났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명 닷새 만인 29일 저녁,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 지명자의 자진 사퇴는 단순히 김 지명자 한 명이 안고 가기에는 그 무게감과 후폭풍이 상당하다. 그 동안 무수한 비판을 받았던 박 당선인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이 제대로 확인됐고, 또한 후속 인선에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내달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첫 단추'나 다름없었던 김 지명자의 국무총리 후보 지명이 허망하게 끝이 남에 따라 박 당선인의 후속 고위공직자 인선,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5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쏟아진 '의혹', 결국 무너진 '희망 아이콘' =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24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그가 살아온 길을 보면 늘 약자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명 이후 언론의 고강도 검증이 시작되면서 무수히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 병역면제 의혹 국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고, 김 지명자가 자진 사퇴를 선택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박 당선인이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희망'을 줄 아이콘이라 소개했던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 김용준'은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고작 닷새 만이었다.
□ '한계' 드러낸 나홀로·깜깜이 인사 = 인수위 구성을 전후해 지나칠 정도로 '보안'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비판은 상당히 깊고 광범위하게 제기됐다.
김 지명자가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될 때도 총리 후보자 지명 때와 마찬가지로 후보군에 한 번도 이름이 오른 적이 없었다. 내부 검증은 어땠을지 몰라도 언론을 비롯한 대외적 검증이 전혀 되지 않았단 얘기다.
다만 김 지명자가 인수위원장에 임명될 때는 인수위 인사를 차기 정부의 인사로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박 당선인의 방침에 따라 그 누구도 날선 검증 잣대를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두 달 정도 앉아있는 자리에 법조계의 원로인 김 지명자를 먼지까지 털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지명자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순간부터 얘기는 달라졌다. 언론에서 쏟아지는 각종 의혹은 박 당선인의 인사 검증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등기부 등본 등 관련 서류만 떼면 쉽게 알 수 있는 의혹들을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은 최측근 몇 명이 검증팀을 꾸려 인사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은 정부에 해당 인사의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등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빌려 검증을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사가 미리 새어나갈까 우려해 정부에 이런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인사 청문회를 치러야 할 장관 후보자들의 검증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지명해야 할 장관 후보자가 17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2~3배 많은 60여명을 소수의 검증팀이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풍문'으로만 돌던 비공식 인사 검증팀을 공식화 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박 당선인이 자신의 인사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