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기성 외환거래 '핫머니(hot money)'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를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수정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판 토빈세'의 초점은 원조 토빈세의 과세 대상인 외환시장 현물거래보다는 규제 회피가 가능한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30일 서울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해외자본 유출입 관련 세미나'에 참석, 향후 외환정책의 기본방향을 설명하며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외환시장의 단기적 등락과 관계없이 중장기적 안목에서 자본유출입 변동완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외환거래세는 물론 채권거래세 도입 방안까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 차관보는 "해외자본 유출입 기대감에 의한 투기적 움직임과 시장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등 향후 외환정책 기본방향에 더해 필요시 추가적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단기적 등락과 관계없이 중장기적 안목에서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라는 취지를 살려서 일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시행을 유보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업그레이드시킨 한국판 토빈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토빈세'는 기존 토빈세 이론에서 나타난 기본 과세방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1978년에 주장한 '원조' 토빈세의 경우 모든 국가들이 외환시장 현물거래 전체에 대해 단일세율로 과세해 투기성 단기 해외자금의 유출입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외환시장은 현물거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해 기존 토빈세 작동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세금 부과의 실효성은 물론,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환, 옵션, 선물 등 다양한 외환/금리 파생상품이 활성화 돼 있는 상황에서 현물거래에 거래세를 부과하더라도 파생상품 시장을 통해 얼마든지 세금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차관보도 "원래 의미의 토빈세는 도입하기 곤란하다"며 "최초 제안 당시에 비해 현물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파생거래가 증가하는 등 시장여건이 크게 변화해 외환파생시장을 통한 규제 회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성희 JP Morgan Chase 지점장도 "외환/금리 파생상품이 개방 및 활성화돼 있어 총체적인 거래세 부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검토 중인 '한국판 토빈세'는 외환 파생시장에 과세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토빈세는 외환 현물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토빈세는 파생시장 발달을 고려해 수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토빈세 제도를 수정해야 과세 실효성과 함께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구체적인 한국판 토빈세의 모습은 공개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