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한참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A씨는 지난 2011년 드디어 취업에 성공해 '늦깎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다른 동기들에 비해 몇 살이나 나이가 많았던 A씨는 어린 친구들에게 뒤지기 싫었고,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자존심에 몇 년 동안 야근을 밥먹듯 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첫 근무지를 지방으로 발령 받아 부모님 댁에서 나와 불편하기 짝이 없는 회사 기숙사에서 살게 됐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열심히 근무하던 A씨 앞으로 낯선 '세금 고지서' 한 장이 도착했다. 평생 단 한번도 납부해본 적이 없는 '주민세'를 내라는 고지서였다.
회사에 입사하면 월급에서 소득세를 떼이고,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각종 보험료도 내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날아온 주민세 고지서에 당황한 A씨는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주민세 과세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 주민등록 옮긴 취업자…"1인 세대주로 주민세 과세" = 우리나라 지방세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지방세운영과는 A씨의 질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주소를 둔 개인은 균등분 주민세 납세의무자이며, 회사 기숙사를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신고하고 2∼3년간 장기 거주하고 있다면 해당 장소를 주민세 과세대상 주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즉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취업에 성공해 회사 기숙사 등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직장인들에게는 균등분 주민세가 부과된다는 설명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균등분 주민세 납세의무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주소를 둔 개인,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소를 둔 법인,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소를 둔 개인 등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에 주소를 둔 개인들이 모두 주민세를 납부하지는 않는다. 주민세 납세의무를 지는 세대주와 생계를 같이 하는 부양가족들은 주민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세대주인 부모님과 함께 사는 취업 준비생들의 경우 주민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지만, 취업 등을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돼 다른 주소로 주민등록을 옮긴 직장인들에게는 주민세가 칼같이 과세된다.
행안부 지방세운영과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주민등록지를 공법 관계에서의 주소로 한다"며 "주민등록법에 따라 개인이 신고하는 주소 및 세대주는 과세권자가 주민세를 과세함에 있어 개인의 주소 및 세대주를 판단하는 가장 객관적인 근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민등록법에 따라 세대주로 신고돼 있고 가족과 떨어져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독립된 1인 세대로서 본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세대주로 봐야 한다"며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으로서 납세의무를 지는 세대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방세운영과에 따르면 주민세 납세의무자인 세대주 부모님과 떨어져 살더라도 현역 군인이거나 초·중·고·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주민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한편 최근 정부세종청사 이전으로 가족들을 서울 등 수도권에 남겨두고 홀로 세종시로 이사온 공무원들도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세종시로 옮길 경우 주민세 과세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세운영과에 따르면 서울 등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던 세대주 공무원이 홀로 세종시로 이사와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에는 공무원은 새로 옮긴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세종시에, 원래 살던 주소에 새롭게 세대주로 등록된 배우자 등 가족은 기존 서울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따로 주민세를 납부해야 한다.
[참고 질의회신 : 지방세운영과-3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