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이 당초 정부가 편성했던 예산안보다 2조8000억원이나 구멍이 났다. 그동안 국세수입 실적은 매년 정부 예산안을 훌쩍 뛰어넘는 초과 세수 달성이 다반사였고, 세입예산보다 세수실적이 적었던 마지막 해는 지난 2003년이 가장 최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세수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현실화될 경우 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복지확대는 물론 정책 추진에 쏟을 실탄 마련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12년 국세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회복 지연과 하반기 수입 감소 등 추가적인 세수감소 요인이 발생해 국세수입이 예산대비 2조8000억원 가량 부족한 203조원에 머물 전망이다.
전년도 소득에 대해 과세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경우 지난 2011년 경제성장률이 5.4%로 높았던 만큼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경기회복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및 수입둔화 등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 등의 세수가 크게 줄었다.
당초 재정부는 2012년 세입예산안을 편성할 때 국세수입 예산을 205조8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지난해 9월 '2013년 국세 세입예산안'을 발표하며 2012년도 국세수입 전망치를 203조3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가량 낮췄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와 세계경제의 동반부진으로 인해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당초 예산에 비해 국세수입이 줄어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연말까지 경기침체가 악화되며 2012년 경제성장률이 2%에 간신히 턱걸이함에 따라 국세수입 실적은 불과 4개월만에 수정 전망치보다 3000억원이나 추가 감소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의 세입예산 확보 또한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재정부는 지난해 9월 2013년 국세 세입예산안을 발표하며 올해 세입예산을 216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세입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무려 13조1000억원이나 증액했다.
지난해 9월 예산안 발표 당시 정부가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 내외였고, 경제성장과 관련이 깊은 세입예산안도 4%대 경제성장에 맞춰 대폭 증액 편성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연말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3개월만에 1%p나 하향조정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세수입은 약 2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으로 인해 이론상으로만 단순 계산해도 올해 세수에 2조원 이상의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부가 예상한 3.0%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상황이 하반기 들어 점차 개선된다는 전제 아래 작성된 수치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로 세계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를 감안할 때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할 구체적인 해법이 도출되지 않고,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들의 경기침체가 올해도 계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추가 하락할 우려가 크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0%에서 추가로 떨어질 경우에는 세수입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지난해와 같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부가세와 관세 징수실적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소득에 대해 세금을 과세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수입이 올해는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해 2%대 성장에 그치며 가계·기업 모두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올해 거둬들일 수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 세수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올해에도 세수펑크가 현실화될 경우 새 정부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복지정책 추진 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롭게 들어설 박근혜 정부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들어와야 할 세금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정부의 세입실적은 2012년과 비교해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지난해 전체 세수입은 예산보다 다소 줄었지만, 올해 세수입 현황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월 세수실적은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세입예산 대비 비율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아직 1월 한 달의 실적만 봐서는 전망하기가 쉽지 않지만, 올해 세입예산을 달성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