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후보수락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1997년 현역 판정, 4년 뒤 '디스크'로 면제
정 후보자 거액 고문료 수수, 과거 수사 전력 등도 '도마 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장고를 거듭한 끝에 지난 8일 법조인 출신의 정홍원 변호사(前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를 국무총리 후보자(이하 정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상 초유로 인사청문회 전에 후보자가 사퇴하는 바람에 후속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 후보자가 떠 안은 부담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8일 총리 후보직 수락 기자회견에서도 "(당선인 측에서) 온갖 것을 다 검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만히 돌이켜보니 젖 먹을 때부터 잘못한 일이 없었는지 생각했다"며 심적 부담감을 에둘러 토로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면서 스스로를 '보통사람'으로 칭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야권은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며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자녀 병역면제 의혹을 중심으로 퇴직 후 로펌에서 얻은 수익, 과거 검찰시절 법조인에게 관대했던 수사 부분 등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 첫 신검은 '현역', 4년 뒤에는 '면제' = 정 후보자 본인은 병역의무를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다른 총리 후보자들과 비교해 이 문제에 있어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
다만 문제는 여타 고위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녀 병역특례' 부분이다.
지난 2006년 사법고시를 합격해 현직검사로 근무 중인 정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 1997년 서울대 2학년 재학시절 받은 장병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 대상인 1급 판정을 받았지만, 4년 뒤인 2001년 1월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밟는 과정서 재검을 신청, 수핵탈출증(디스크)으로 5급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총리실 측은 당시 과도한 연구수행으로 디스크가 발병했고, 실제로 거동이 불편할 정도였으며 실제 병의원 기관에서 치료받은 진단서들을 제출하기로 하는 등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현역 면제 판정을 받은 당시인 2001년에는 과거 병풍(兵風)사태 직후여서 한층 병역 신체검사가 강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 정 후보자의 지위(광주지검장)와 관계없이 정상적인 면제판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 아들이 오래 앉아있거나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극심한 허리통증 상황에서 사법시험과 공과대학(서울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박사 과정을 병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면제판정을 받을 정도로 허리 디스크가 심각한 상태였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후보자의 전례를 고려해 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한층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CBS라디오에 출연, "(신체검사) 1급을 받았다가 4년이 지나서 면제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라며 이 문제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집중 추궁할 것임을 시사했다.
□ 검찰 고위직 프리미엄?…'고액 고문료' 의혹 = 이와 함께 30년 검찰경력의 정 후보자가 퇴직 후 법무법인이 재직하면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풀어야 할 문제다.
그는 대검찰청 감찰부장, 광주·부산지검장 등 핵심요직을 거쳐 2004년 법무연수원 원장을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2004~2006년 9월)을 거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2008년 6월~2011년 6월)을 역임하기까지 2년 동안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고문변호사로 활약했다.
고문변호사 활동 전인 2006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직 활동 당시 신고한 재산 가운데 4억8600만원이었는데, 2009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재직당시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신고한 예금액은 10억3300만원이었다.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2년 동안 예금액이 2배 가량 뛴 셈이다.
일각에선 이 부분이 정 후보자의 검찰 요직을 거친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자를 영입한 법무법인이 향후 소송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거액의 고문료를 얹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재직시절 영향력을 줄 만한 대형 사건은 수임한 적이 없고, 업계 관행상 급여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정 후보자는 13일 "변호사를 하는 동안 6억원 정도가 불었는데 2년을 했으니 나누면 한 달에 3000만원 정도"라며 "한 달에 30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은 현재 변호사 업계 상황으로 봐서는 과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가 1994년 서울지검 특수1부장 재직시절 수사를 지휘했던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 1998년 서울지검 3차장검사 재직시절 특별수사본부까지 운영했던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등은 사안의 심각성과 달리 법조인에게 유독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이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고 차기 정부 초대 총리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총리실 측은 이날 국회에 정식적으로 인사청문요청서를 발송할 계획이며, 실질적인 청문회는 내주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