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이동흡라빈스31'…계속되는 의혹에 MMF '결정타'
여권과 靑·朴의 외면 속에 '정치 미아'로 사퇴
한달 이상 '버티기'로 일관했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하면서 헌재소장 공백이 길어질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저녁 공직후보 사퇴의 변을 통해 "인사청문과 관련해 그동안 국민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오늘자로 헌재소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일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조율해서 결정했다"며 이 후보자를 신임 헌재소장으로 지명한지 40여일 만에 낙마한 것이다.
청와대는 "2006년 국회 선출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임기를 마칠 때까지 끊임없는 연구자세와 공정하고 청렴한 자세로 선후배 법조인의 존경을 받아왔다"며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내정 직후 그의 지난 판결과 강경 보수로 편향된 성향을 문제삼았다.
민주당 측은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판결을 많이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미네르바 사건 당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관련 판결, 친일재산 환수와 위안부 배상청구권 문제를 반대한 판결 등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BBK 특검법 위헌 의견 등 이명박 정권에 유리한 의견을 내 온 헌법재판관 출신"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삼성 협찬요구와 삼성과징금 취소 및 자녀 삼성취업 특혜 의혹, 출판기념회에 직원 동원 논란, 국외출장 과다 및 가족동반, 검찰에 골프예약 요구, 저작권법 위반 논란,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후원금, 장남 증여세 포탈 의혹, 위장전입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서른 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명에 빗댄 '이동흡라빈스 31'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부터 이틀간 진행된 청문회 과정에서는 특정업무경비를 단기성 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후보자는 도덕성의 결정타를 맞게 됐다.
이에 초기에 "비합리적 정치 공세"라며 야권의 의혹 제기에 맞섰던 여권 조차 "공금을 콩나물 사는데 써야 되겠느냐"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류로 돌아서게 됐다.
이어 24일 청문특위의 심사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전체회의가 여야 이견으로 무산되고, 정작 그를 손잡고 지명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 후보자는 '정치적 미아'라는 수식어를 달고 표류하게 됐다.
결국 이 후보자의 인준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제기된지 3주만에 이 후보자의 '버티기'는 막을 내렸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1월 '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격자인가'라는 좌담회에서 기본권에 대한 인식 부족, 잘못된 역사관, 정치적 편향성, 도덕성과 준법의식의 결여 등을 들어 이 후보자의 자격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 후보자의 낙마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의 책임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헌재소장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자진사퇴한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진 데에는 자격미달의 후보자를 추천한 이명박 대통령과 이를 협의해준 박근혜 당선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며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의 엄중함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