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양씨(32세)는 지난 2009년 A카드 회사로부터 'DCDS'(Debt Cancellation&Debt Suspension)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
DCDS는 신용카드 가입자가 사망이나 상해, 질병(암,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 등 중증 질병) 등의 사고를 당했을 때 결제가 면제 및 유예되는 유료 서비스이다.
A사 직원은 양씨에게 우수 고객으로서 DCDS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양씨는 지난 3년 동안 90만원(매달 2만원)의 수수료가 크레디트 서비스 명목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하고 뒤늦게 항의했으나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와 같은 민원이 급증하자, DCDS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다고 19일 밝혔다.
DCDS 서비스는 2005년 삼성카드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뒤 지난해 말 가입자 수 296만명, 1인당 평균 수수료 6000원(한 달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와 관련된 민원은 2010년 15건에서 2011년 53건, 2012년 105건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DCDS관련 민원이 173건 접수됐고, 이 중 가입자의 동의 없이 수수료가 부과되거나 무료 서비스로 오해가 있은 불완전 판매관련 민원은 134건을 기록해 전체의 77.4%에 달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3만8854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DCDS에 가입한 1117명 중 901명은 아예 보상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2012년 카드 회사가 DCDS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370억원으로 집계돼, 카드회사 수수료 수입의 5.9%에 불과했다.
앞으로 금감원은 DCDS에 가입된 사실을 그동안 인지하지 못한 가입자 및 상속인들에게 보상금을 환급할 계획이다. 또 DCDS 서비스 수수료를 낮추고, 신청 기간을 늘릴 방침이다.
이달 중 보상금 지급 대상자가 선별되고, 다음 달에는 본격적으로 환급이 추진된다.
수수료율은 카드 회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약 0.35~0.65% 수준인 가운데, 금감원은 보험개발원에 DCDS 사업비 및 손해율 분석을 의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카드 회사가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인하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채무가 유예되면 발생하는 이자 등의 비용은 카드 회사에서 부담하지만, 일부는 카드 회사가 가입한 손해보험회사가 부담한다.
진단을 받은 뒤 90일 안에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 부분도 개선된다. 일반 보험 상품의 경우 보험금 청구권이 2년 동안 유효한 것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는 5월부터는 금융거래 조회 시스템에서 상속인이 DCDS 가입 여부를 조회할 수 있고, 카드 회사가 1년에 2차례 DCDS 가입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한편 DCDS 보상을 받으려면 사망 및 질병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며, 5000만원 한도에서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오는 4월부터 카드 회사의 텔레마케팅 및 영업 실태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통화 내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DCDS 가입을 유치하는 텔레마케팅 직원들의 경우 앞으로는 계약 건당 수당을 지급 받는 대신 정액 수당을 받도록 해 불완전 판매를 줄이고 불완전 판매가 적발된 카드 회사에는 엄중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