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연말정산 소득공제 신고기간을 맞아 지난 1년 동안 지출했던 신용카드 대금,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등에 대한 증빙서류를 꼼꼼히 준비해 회사에 제출했다.
상당한 소득공제 증빙서류를 마련해 쏠쏠한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던 A씨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다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절 등에 납부한 헌금과 시주도 지정기부금으로 인정돼 연말정산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종교가 없었던 A씨는 종교단체 지정기부금 공제를 받지 못해 상당히 아쉬웠고, 자신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소 씁쓸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 때 번뜩 A씨의 뇌리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평소 점을 즐겨보던 어머니를 따라 지난해 한 무속인이 운영하는 철학관을 방문, 점을 본 뒤 복채를 냈고 액운을 떨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제사까지 지낸 사실이 생각났다.
A씨는 무속인들에게 지불한 복채와 제사비용 등도 일반적인 종교단체 지정기부금과 같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고, 고민 끝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직접 문의하기로 했다.
□ 무속인에게 준 복채·제사비용, "지정기부금 공제 No!" = 최근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A씨의 상황과 유사한 사례에 대해 "천도재, 49재, 우란분절 기도 등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지정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교회·절 등 종교단체에 기부한 헌금 등은 지정기부금으로 인정돼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통해 돌려 받을 수 있다.
종교단체 지정기부금은 근로소득금액에서 정치자금 기부금, 법정기부금, 우리사주조합기부금 등의 공제액을 뺀 나머지 금액의 10%를 한도로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종교단체 지정기부금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헌금 등 기부금을 납부한 종교단체가 종교의 보급, 그 밖의 교화를 목적으로 문화체육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
특히 소득공제가 가능한 종교단체 지정기부금의 경우 특수관계가 없는 종교단체에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지출하는 금액만 인정되므로, 무속인 등에게 대가성으로 지불한 복채나 제사비용 등은 지정기부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지정기부금에는 주무관청의 허가 등을 받아 설립한 특수관계 없는 종교단체에게 무상으로 지출해 종교단체가 고유목적사업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포함된다"며 "무속인 등에게 제사 등을 올리고자 지출한 비용은 무상이 아니므로 지정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무속인 등이 점을 쳐주고 받은 복채 등은 소득세법에 따라 사회 및 개인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사업소득으로 분류돼 소득세가 철저히 과세된다.
[참고 질의회신 :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