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물가정책' 5월 나온다…"2% 물가안정 묘수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2%대 물가안정을 위해 농산물·공산품·서비스 시장의 유통구조를 확 뜯어고칠 방침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상승률, 높은 가격변동성, 가격 하방경직성 등의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현행 유통구조를 '대수술'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8일 서울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금융위원장 내정자) 주재로 물가관계부처회의를 개최하고, 새 정부의 2%대 물가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유통구조 개선 추진현황과 향후계획' 등을 논의했다.

우선 정부는 그동안 물가안정 정책을 통해 지난 10년 평균 3.2% 수준이었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2.2%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가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원가인상분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농산물은 공급충격에 취약해 선진국보다 가격변동성이 높고 공산품은 물가 하락기에도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물가구조의 주요 문제점인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독과점 등 경쟁부족, 가격·원가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해결할 방안을 집중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달 출범한 관계부처합동 '유통구조 개선 TF'를 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농산물·공산품·서비스 등 주요 품목별 분과회의를 운영해 오는 5월 내로 유통구조 종합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편…"식탁물가 잡는다" = 정부는 유통비용이 최종판매가격의 평균 40∼45%에 달해 서민들의 식탁물가를 위협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산지수집, 도매시장 등 5∼7단계를 거쳐야하는 상대적으로 길고 복잡한 농산물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시킨다는 방침이다.

농산물의 경우 APC(거점 산지유통센터)와 도매물류센터를 건립하고, 권역별 농산물도매물류센터를 안성(2013년), 장성·밀양(2014년), 강원·제주(2015년) 등 5곳에 개설한다.

축산물의 경우 농가는 생산, 지역축협은 수집·공급, 농협중앙회는 도축·가공·유통·판매 등을 담당하는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육성한다.

기존 온·오프라인 직거래, 사업자간 사이버 거래, 로컬푸드 등과 꾸러미사업 등 소비자 참여형 직거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지자체, 서울시공사, 도매시장 법인, 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aT) 등이 참여해 도매시장 운영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오는 4월까지 농산물 수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배추 상시비축 방안 등 주요 품목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배추 등 품목별 가격안정대를 설정해 주의·경계·심각 등 3단계 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 가격 안 내리는 공산품, "독과점 거품 걷어낸다" = 유통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대기업 등의 독과점적 공급구조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공산품의 경우 비경쟁적 가격거품을 완전히 걷어내기로 했다.

우선 독점수입 물품과의 가격경쟁을 유도해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고자 병행수입 제도를 한층 활성화하기로 했다. 병행수입 업체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병행수입품 통관보류 해제 심사기간을 현행 15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통관절차 등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영세업자 위주의 병행수입 시장에 대형마트 등 규모가 큰 업체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등 병행수입 물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여, 병행수입 제품 소비를 늘리고 기존 수입업체들과의 가격경쟁도 유도한다.

신제품과 성능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재제조 제품도 활성화시킨다. 사용한 제품을 다시 분해·세척·검사·조정·재조립하는 재제조산업을 자동차 및 가전분야를 중심으로 활성화해 저렴한 상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중소유통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유통물류센터에 공동구매·통합정보망 등을 구축하고, 단순 창고판매 중심에서 골목가게 유통·물류 허브로 개편하기로 했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과점적 공급구조인 통신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알뜰폰 활성화, 보조금 경쟁 완화 정책을 실시한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불공정거래 관행도 개선한다.

□ 합리적인 소비유도…"소비자 정보제공사업 확대" = 사업자와 일반 소비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내고 제품을 구입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비자 정보제공 사업도 대폭 강화한다.

그동안 공정위 등에서 시행에온 한국형 컨슈머리포트(가격·품질 비교정보) 사업을 소비자들의 정보 수요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소비자들이 구입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생활 밀착형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가격비교 정보제공을 늘리기로 했다.

프리미엄 제품 등 품질을 고급화시켰다며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올린 품목이나, FTA 발효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품목 등은 우선적으로 가격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 "死교육비 잡는다"…국세청·공정위 등 '고액학원' 단속 = 소비자물가지수를 상회하는 학원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고액학원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다.

학원비를 과다하게 인상한 학원들은 적발시 행정처분은 물론 국세청에 통보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공정위,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학원 단속 보조요원 133명을 3월중에 모두 현장에 배치해 학원비 과다상승 지역을 대상으로 시·도교육청 등과 합동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신학기를 틈타 학원비를 인상한 학원들에 대해서는 등록한 학원비보다 초과징수한 사실이 있는지 등 위법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학원비가 높은 학원에 대해서는 교습비 등 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정명령 조치를 내리고,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원비 물가안정책임관 회의를 분기마다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