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기본금리 결정에 관여…금리경쟁 부추겨
최근 은행권의 재형저축 유치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며 금융감독당국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애당초 과열 분위기를 조장한 것은 금융당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에서 은행권의 재형저축 금리결정에 깊숙히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것.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서 당초 재형저축 금리결정은 각 은행의 소관사항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가 막판 일부 은행에 기본금리 인상을 요청하며 은행간 경쟁을 부추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16개 은행에서는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금감원에 약관을 제출했는데 약관에는 구체적인 확정금리가 아닌 금리에 대한 예시만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들 은행들이 제출한 약관 내용을 토대로 '은행권에서 4% 초중반의 금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며 은행들간 금리경쟁에 불을 붙인 측면이 강하다.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씨티은행은 연 3.2%의 기본금리를 제시하고, SC은행은 연 3.4%의 기본금리를 금융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경우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은행별 재형저축 금리수준 현황'에 빠져 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급하게 금리를 공개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여 준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이 같은 소동을 벌였던 데는 말못할 속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씨티은행이 최초 적어낸 기본금리는 연 3.2%로 4% 초반이 대부분인 타 은행들과 0.8~1.0%p 차이가 났는데 금감원에서 타 은행과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춰달라고 요구하자 씨티은행이 급히 회의를 열어 불과 몇 시간만에 기본금리를 연 3.4%로 상향 조정한 것.
반면 온라인 상품 및 전산개발 등의 지연을 이유로 재형저축 상품을 오는 20일 출시키로 한 산업은행의 경우는 금융당국이 나서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부적절한 개입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전언.
사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재형저축 자체가 상대적인 고금리 상품이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상당한 상황에서 은행권의 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금융당국이 재형저축의 과열을 조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당초 금융당국은 16개 은행에서 알아서 재형저축 금리를 정하라는 입장을 보이다가 상품 출시 막판에 금리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보다"고 꼬집었다.
지난 11일 금감원은 시중은행 수석 부행장 등을 소집해 재형저축 판매 실적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과도한 경품 제공이나 은행원들이 과도한 실적을 할당받고 지인이나 친척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일명 '자폭통장'에 대한 단속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은행들의 기본금리 결정에 관여하며 상당부분 경쟁을 부추긴 것은 지난해 8월 은행업감독규정까지 개정을 추진하며 은행 평가시 리스크 관리 부분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에서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