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사…상장기업들, '각종 의무 및 일정준수'에 부담
응답기업 62%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불필요한 경영 간섭 우려"
상장기업들이 개정상법 적용으로 관련 서류 준비기간이 빠듯해지며 주주총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재무제표 작성 등 기존보다 늘어난 의무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는 코스피 상장기업 230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주총 관련 기업애로 실태'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기업이 '각종 의무 및 일정준수 부담'(48.3%)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한 '주총 진행을 방해하는 총회꾼 난입'(27.0%)과 '의사정족수 확보'(17.4%), '외부감사 준비'(6.4%)가 차례로 꼽혔다.
현행법상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3월 28일(결산일로부터 90일 이내)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하고, 주총 개최 6주전까지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를 작성해 감사에 제출해야 한다.
박채웅 대한상의 홍보실 대리는 "결산일로부터 약 7주 내에 관련서류를 준비하고 이사회 승인까지 마쳐야 하는데, 이 같은 빠듯한 일정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는 작년 4월 시행된 개정상법으로 기업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개정상법에는 재무제표 범위에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연결재무제표 및 주석이 추가돼 기업들이 자료제출 기한 준수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석에 기재해야 할 사항만 자산 및 부채의 평가기준, 주요 평가손익의 내용 등 약 1,500개에 달하기 때문.
한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기업이 많았다.
'기업경영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61.8%로 가장 많았고, '기업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은 10.4%에 그쳤다.
집중투표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업(98.1%)이 '현재처럼 기업 자율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올해 주총에서 가장 큰 쟁점사항으로는 응답기업의 40.8%가 '주주들의 배당확대 요구'를 꼽았다. 이어 '신사업분야 진출 및 사업확장'(16.5%), '소액주주 권익보호 강화'(12.5%), '경영진에 대한 경영책임 추궁'(11.2%),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분쟁'(7.9%) 등을 차례로 응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주총 관련 서류작성과 일정준수 의무가 기업실무에 있어서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현행 재무제표 제출일정을 정기총회 6주 전에서 4주 전으로 개정하고 재무제표 작성범위도 기업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는 기업 경쟁력과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수립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