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高聲)' 주총…19년만에 외환銀 상장폐지 의결

외환銀 임시주총, 1개 안건 놓고 2시간반 끝장토론

외환은행이 임시주주총회를 하나금융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에 대해 의결하며, 19년만에 상장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됐다.

15일 외환은행은 명동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서 체결 승인'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진행하며 완전자회사(주식 100% 취득)로 편입할 수 있게 됐으며, 이후 외환은행은 상장이 폐지된다.

이날 주총은 외환은행 노조가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강요하는 주식교환에 반발하며 고성을 지르는 등 삭막한 분위기 속에 2시간 반이 넘도록 진행됐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좌석 문제와 주총 촬영 문제 등으로 신경전이 지속됐으며, 국민의례 중에도 고성과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외환은행 우리사주 측 한 참석자는 "오늘이 외환은행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날"이라며 "1994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상장의 기쁨을 맛 보았는데 19년이 지난 지금 분통하기 짝이 없다"고 울분을 호소했다.

이에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최근 외환은행의 주가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경영효율성 제고, 그룹 일체성 강화, 모자회사간 이해상충 가능성 사전 차단을 통한 시너지 창출, 고객편익 강화 및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주식교환을 추진하게 됐다"며 주주들의 양해를 구했다. 

일부 주주들은 "이번 주식교환이 대주주인 하나금융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를 축출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주주들의 재산권 침해를 할 수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주주는 "작년 실적을 보면 하나금융은 손실이 났지만 외환은행은 이익을 냈다"며 "하나금융의 완전자회사가 되겠다는 것은 외환은행의 돈을 벌어 하나금융의 적자를 메우겠다는 것이 아니고 뭐냐"며 쏘아 붙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의거 2년 이후에 주식교환을 할 경우 세금 부담이 약 100억원이 줄어들게 되는데 왜 조급하게 주식교환을 서두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행장은 "주식교환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실시하는 것으로 적법하다"며 "교환비율은 정해진 산식에 의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인위적으로 결정하는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세금 부분은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인데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되는냐에 달려 있지 않겠냐"며 "지금처럼 실적이 가다보면 세금보다 주가 하락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 문제와 관련 "지난 1년간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은행 직원과 주주들의 어려움과 힘겨움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을 계기로 반성해 잘 하겠다. 한번만 믿어 달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지리하게 이어진 질문 속에서 주주들 사이에서 '(지주의)꼭두각시'라는 발언이 새어 나오자 평정심을 잃고 "발언을 조심해 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외환은행 주주로 참석한 한 대학생이 "이번 주식교환은 60%의 횡포 같다"며 " 60%만의 은행장이 아닌 나머지 40% 소액주주의 은행장이기도 한데 주주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 윤 행장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윤 행장은 "경영상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안건이 의결된 이후 외환은행 노조는 본점 로비에서 농성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