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국은행의 행보가 금융권의 '폭풍의 핵'으로 주목을 받았다.
새 정부 출범이후 첫 번째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한데 이어 외환은행의 주식매각을 결정하며 금융권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
금융전문가 및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미 금리동결을 예상하고 있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다만,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이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전달보다 올라간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은 외환은행 지분 매각 결정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15일 외환은행의 2대 주주인 한은이 외환은행의 주식을 하나금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식교환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서민금융 대책인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며 '도덕적 해이' 문제가 표면으로 부상했다.
■ 한은, 3월 기준금리 동결…향후 금리 전망은?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14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5개월 연속 연 2.75%로 동결했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은 새 정부가 출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내외 경기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의 여지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에서는 3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차후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12일 발표한 '2013년도 3월 채권시장지표 동향'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의 53.8%가 한은의 3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3월 뿐 아니라, 연내 한은 금통위의 금리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 보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금통위뿐 아니라 연내 금리동결 전망을 여전히 유지한다"며 "한은이 강조하는 정책공조가 꼭 금리인하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만약 정책공조 차원에서 추가 완화정책이 있다면 금리인하보다는 총액대출한도 확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 하나금융, 외환은행 주식교환 승인…한은은 지분 매각 =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잔여주식 40%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취득하는 방안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임시주총에서 각각 가결됐다.
또 한국은행은 2대 주주로서 외환은행 주식 3950만주를 하나금융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조정환 한국은행 금융검사분석실장은 "하나금융지주 주식 소유는 영리기업의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한국은행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이로 인해 부득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것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조 실장은 "주식매입은 3950억원에 했고 이번 매각 시 받게 될 금액은 2916억원 가량"이라며 "장부상 손실은 1034억원이지만 그동안 발생한 배당수익이 3061억원 가량 있어 사실상 손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날 임시주총의 의결로 하나금융지주는 나머지 외환은행 지분 40%를 인수하고, 외환은행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외환은행 주식은 내달 3일부터 매매가 정지되고, 같은 달 26일 상장이 폐지될 예정이다.
■ 국민행복기금 논란…'배째라 族' 늘리는 일? =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 대책인 '국민행복기금'이 윤곽을 드러내며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을 조만간 설립하고, 부실채권 매입률 및 채무 조정 대상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채무 조정 대상자는 올해 2월말까지 6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보유한 저소득층이다. 원리금의 50~70%가 감면된 뒤 장기간 분할상환 약정을 맺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부류들이 특혜를 받고 그동안 성실히 원금 상환을 해오던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민주통합당)은 "국민행복기금이 부실채권을 매입할 경우 채무자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성실한 채무자에게 역차별을 유발한다"며 "새 정부에서 이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6개월 이상 연체자는 112만4711명으로 전체의 90.76%를 차지했다. 채무 금액은 136조8423억원, 86.7%를 차지한다.
김 의원은 "기존의 신용 회복,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부채를 탕감할 경우 어려운 여건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채무자들이 '손해 봤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채무자로서는 웬만하면 국민행복기금의 구제범위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일부러 없는 빚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국장은 "일부 채무를 조정하면 상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야 행복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조금만 도우면 적극 상환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므로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