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6∼7명, 치열한 '물밑 경합'
예산, 세제를 포함해 대한민국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위상'이 한껏 제고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급으로 격상됐고, 재정부 1, 2 차관 모두 장관급으로 영전했다.
신제윤 제1차관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고 있고, 김동연 제2차관도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정부조직법 통과 후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급 고위직인 백운찬 세제실장도 관세청장으로 부임했다.
현재 외형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부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지만, 박 장관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이하 현 내정자)의 임명과 동시에 이임식을 할 계획으로 사실상 경제정책을 총괄할 '중심축'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 차관급 후속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지난 12일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현 내정자의 정식 임명이 늦어지면서 재정부 차관 인선을 연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한 정치권의 협상이 종료되고(21일 본회의 상정 예정), 현 내정자의 정식 임명도 임박한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이르면 이번 주 중 청와대가 재정부 차관 인선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재정부 1, 2차관 후보군으로는 내부승진 인사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고위직의 이동설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우선 거시경제, 세제, 금융 분야 등을 아우르는 1차관 후보로는 강호인 前 조달청장(행시 24회, 경남 함양)과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행시 25회, 강원 강릉), 이석준 예산실장(행시 26회, 부산), 김익주 FTA 국내대책본부장(행시 26회, 서울)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25회, 대구),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행시 24회, 강원 춘천) 등 6∼7명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강호인 전 청장은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조달청장으로 옮기기 전 재정부 차관보를 지냈으며, 최 관리관과 김 본부장은 재무부 출신의 금융 분야 정통 관료로 알려져 있다.
이 예산실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금융통'으로 분류되지만, 인사교류를 통해 예산분야에도 몸을 담은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추 부위원장은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다가 재무부로 옮겨 금융 파트에서 주로 활약해 왔으며 육 국무차장은 국무총리실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경제정책국장, 정책조정국장 등 재경부 핵심보직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후보군 모두 전문성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지만, 새 정부 장관급 및 외청장 인사들의 행시기수가 주로 24회 이후라는 측면에서 공직사회 특성상 기수를 고려한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 예산편성 및 재정집행 분야를 총괄하는 2차관 후보군에는 현 예산실장인 이석준 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실장이 재무부 출신이라는 측면 등을 고려할 때 경제기획원 출신의 강호인 전 청장이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장에 신제윤 1차관이 발탁됨에 따라 재정부 1급 고위직이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추경호 부위원장의 재정부 1차관 이동하고 최종구 관리관 등 1급 인사가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금융위 부위원장직의 경우 이번 인수위에 파견돼 일한 바 있는 정은보 사무처장(행시 28회, 경북 청송)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