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신탁하면 회사 공중분해"…'인사시스템' 구멍?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됐던 초대 중소기업청장에 낙점된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사장) 내정자가 18일 사퇴하면서 청와대는 업무보고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부실한 청와대 인사시스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황 내정자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청장에 임명됐다 이날 나흘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의 배경은 자신이 보유한 700억원 상당의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전량 매도해야 한다는 공직자 윤리법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내정자는 공직에 나설 경우 주식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하면 되는 줄 알고 중기청장직을 수락했다며,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주가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될 줄은 몰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 또는 금융위원회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은 본인 및 이해관계자의 보유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렇게 신탁된 주식은 60일만에 처분돼 이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회사가 공중분해될 상황에 처한 것. 황 내정자는 "저를 믿고 따라준 투자자나 직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굉장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창업해 키운 회사를 버릴 수 없어 중기청장직을 내려놓은 것.
이에 대해 청와대는 15일 외청장 인선 발표 전 황 회장에게 분명히 관련법상 백지신탁제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 21일 첫번째 부처 업무보고 '스타트'를 끊게될 예정이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지는 등 청와대의 국정 운영은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이 산자부와 함께 일정보고를 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업무보고 일정을 조정하게 된 것. 새로 내정해야 하는 중기청장의 공석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청와대가 사전 협의만 충분히 했어도 새 정부 주요 정책인 중소기업 발전 방안을 이끌어갈 중소기업청장 인선의 혼란과 국정공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업무보고 첫날 산자부는 일정에 차질이 있어서 순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정해지는 대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