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경부에 "위탁정산 업무처리 기준 마련하라"
부품·소재산업의 연구지원 사업에서 다수의 연구비 횡령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에서 적절한 정산업무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어 감사원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19일 '부품·소재산업 육성 및 지원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기술개발 수행업체의 연구결과 허위보고 등 부당 집행 사례로 13개 업체를 적발하고, 관련자 등 10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하는 등 총 57건을 조치 요구했다고 밝혔다.
허위보고로 횡령된 사업비 80억원은 환수토록 했다.
진공상태에서 니켈로 선박엔진용 밸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 58억원의 연구비를 받은 A업체는 진공상태가 아닌 대기상태에서 스테인리스강으로 밸브를 제작하고서도 연구를 제대로 수행한 것으로 허위보고했다. 또 연구와 무관한 재료 20억원 상당을 구입해 판매하는 등 21억 67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또 납품업체와 공모해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 업체로부터 연구 장비를 비싸게 구매해 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른 B업체는 수평 방식으로 알루미늄 잉곳을 이용해 소경봉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으로 14억원을 받아 수직 방식의 빌릿(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해놓고 과제를 제대로 수행한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이 회사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5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부풀려 회사 경영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총 13개 업체에서 이같은 허위보고와 연구비 횡령 등의 사례를 적발하고, 기술과제 평가와 정산 업무를 소홀히 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 담당자 2명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연구비 부당집행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원인으로 산기평에 연구비 정산업무의 처리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꼽았다.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 2과 관계자는 "산기평이 연구개발사업 정산을 대부분 위탁 정산하면서 정산 처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부실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회계법인의 부실정산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고, 정산 완료 후에도 책임성 확보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부당집행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회계법인의 귀책사유는 점검하지 않기 때문에 위탁정산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4년간 위탁정산 종료 후 36개 과제에서 총 20억여 원이 횡령과 부당집행으로 적발됐으나, 이와 관련한 회계법인 지정취소 등 제재 실적은 전무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기평에는 전담기구를 신설해 자체정산을 강화할 것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는 정산의 검토범위와 검토서류 보관기한 등 위탁정산 업무처리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