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17일 합의한 정부조직법이 다시 암초에 부딪혀 난항에 빠졌다.
정부조직법 관련 35개 법안은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지만, 문방위에서 3개 법안에 대해 여야 간 해석에 이견을 보이면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국면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파방송 관련 주파수 정책이 미래부로 이관됐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에 대한 허가는 방통위, 최종 허가권은 미래창조과학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지상파 방송의 허가권을 방통위에 주기 위해서 방송 무선국 허가의 핵심 요건인 방송용 주파수를 방통위에서 관리하도록 합의했다며 새누리당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0일 문방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계속하던 여야는 이 문제를 다시 원내대표단으로 넘겨 문방위 차원의 논의는 사실상 진행이 어렵다고 선언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오랜 진통 끝에 여야가 합의에 이른 정부조직법에 대해 새누리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꼼수와 억지주장으로 합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상을 맡았던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에 합의해 놓고 국민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주파수, 승인, 추천 등의 말을 써가며 요설을 늘어놓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 원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 장악 의도가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지상파를 방통위에 남겨두지 않았나'고 수 없이 얘기한 것이 다 거짓말이었단 말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 얘기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에 대해 인가권을 갖고, 방통위는 추천권만 갖자는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의 원안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 원내수석은 "아무리 요설을 늘어놓고,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를 해도, 결론은 지상파의 소관이 미래부에 있다는 주장을 새누리당이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눈 뜬 장님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SO(종합유선방송채널사업자)에 대한 사전동의 대상으로 허가, 재허가를 규정했지만, 변경허가란 문구가 없기 때문에 변경허가는 미래부의 관장사항이라고 주장한 새누리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우 원내수석은 라면을 예로 들어 "라면에 스프도 넣고, 계란도 넣고, 파도 넣고 그걸 라면이라고 하지, 달랑 라면만 넣고 라면이라고 하나"면서 "허가, 재허가에 당연히 변경허가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유승희 의원은 "새누리당이 '목욕은 해도 되는 데 샤워는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서울은 다녀도 되는데 성북구, 영등포구는 다니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문방위 법안 소위에서 지난 20일 계속 논의를 진행했지만, 정회된 이후 속개가 안돼 여야 간사 간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을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으니 원내대표부로 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20일 정부조직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문방위에서 문구 해석을 놓고 다시 이견을 보이면서 정부조직법 처리가 3월 임시국회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