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생수업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생수시장에서 부동의 1위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의 국내 유통사업권이 지난해 12월 농심에서 광동제약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로 넘어갔다.
이를 계기로 ‘절대 강자’ 자리를 놓고 생수업체 간의 총성 없는 ‘물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 춘추전국시대 맞은 ‘물 전쟁’, 치열한 경쟁 체제 돌입
생수시장은 기존 농심의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롯데칠성음료 광동제약 제주개발공사의 ‘4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2000억원 가량의 생수 매출을 빼앗긴 농심, 정상도약의 호기를 맞은 2위 업체 롯데칠성, 농심의 사업권을 분할 접수한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가 1위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생수시장의 정확한 규모와 업체별 점유율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이 없다. 생수 판매 업체들도 정확한 매출 자료를 내놓기를 꺼려한다. 철저히 영업비밀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지난해 페트병 생수 시장규모를 약 44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농심이 2000억원 가량의 매출로 45.5%, 롯데칠성음료가 1100억원으로 25.0%, 기타 하이트진로, 동원, 풀무원 등 약 70여 업체가 나머지 29.5%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생수 판매 1위 누구?, 다크호스 광동제약과 업계 2위 롯데칠성 주목
농심이 제주 삼다수 유통 사업권을 내놓으면서 농심의 빈자리는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가 차지했다.
다만 유통 사업권이 종전의 '제주개발공사는 제주도, 농심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으로 분할했던 것이 올해부터는 '제주개발공사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광동제약은 소매점' 으로 변경돼, 두 회사가 기존 매출을 반반씩 나눠 갖게 됐다.
업계는 이 가운데 광동제약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약업체지만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를 히트시키며 음료업계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광동제약은 상당한 유통채널과 영업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200개가 넘는 기존 삼다수 대리점과 광동제약 자체의 유통채널과 영업조직을 고려할 경우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 광동제약 제공
광동제약 관계자는 “전국 각지를 커버하는 유통망과 영업조직, 의약품관리에 준하는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전국 소매점의 95%이상 높은 입점률로 소비자에게 한발 더 접근하고, 삼다수 브랜드 가치와 품질을 발전시켜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광동제약의 이런 자신감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4년간 판권 전체를 농심에 일임했던 제주개발공사가 올해부터 대형 할인점과 SSM, 편의점을 통한 판매는 직접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생수시장 판도 재편 가능성과 관련, 주목해야할 또 다른 업체는 현재 업계 2위인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1997년 선보인 ‘아이시스’시리즈, 2009년 출시한 ‘DMZ 청정수’, 또한 지난해 12월 출시한 ‘백두산 하늘샘’ 등 자체브랜드와 수입생수인 ‘에비앙’과 ‘볼빅’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100억원 가량으로 전년에 비해 약 14.5%의 신장률로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은 농심의 독식구조가 깨진 현재의 상황을 점유율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백두산, DMZ, 알프스 등 다양한 청정지역 수원지에서 채취한 프리미엄급 천연미네랄 워터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에서 판매중인 생수 브랜드별 제품, 롯데칠성 제공
충북 청원군 소재 암반대수층에서 채취한 평균 pH가 8.0인 약알칼리성 천연광천수 ‘롯데 아이시스 8.0’, 천혜의 자연이 보존된 비무장지대에서 채취한 ‘DMZ청정수’ 제주도 삼다수의 대항마로 백두산 기슭에서 채취한 약알칼리성 천연광천수 ‘백두산 하늘샘’을 지난해 12월 출시해 고급 생수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외에도 알프스의 만년 빙하 퇴적층으로 여과시킨 ‘에비앙’, 프랑스 오베른 지방의 청정계곡에서 채취한 ‘볼빅’ 등 수입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생수업계 최초로 TV홈쇼핑을 통한 생수판매를 도입, 소비자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저탄소 제품 인증과 라벨에 물에 녹는 접착제를 사용, 페트병 재활용성을 높이는 등 최근의 친환경 추세를 반영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청정지역의 깨끗한 천연 미네랄워터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생수 시장 1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농심의 반격과 전국 유통 사업권을 챙긴 제주개발공사도 주목
이외에 제주 삼다수와의 인연이 끊긴 농심의 반격도 주목해 봐야할 대목이다. 농심은 새로운 브랜드로 시장 장악에 나선다. 지난 2010년 중국 지린성에 공장을 설립하고 중국 내에서 판매해 오던 백두산 샘물 '백산수'로 화려한 컴백을 노리고 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화산 광천수라는 내용을 적극 홍보해 삼다수와 정면대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잘 갖춰진 유통망을 통해 절치부심, 1위 탈환 의욕을 쉽게 꺾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농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영업 전략이나 목표치는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기존에 유통하지 못했던 제주도까지 공략할 계획이어서 제주개발공사가 도내에서 독식해온 삼다수의 아성이 위협받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생수시장 판도는 당분간 제주개발공사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누구인가 보다는 기호에 맞는 익숙한 생수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 또 올해부터 제주개발공사가 전국의 삼다수 유통을 직접 주도한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