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현동, 그가 국세청에 남긴 '공과(功過)'는?

2010년 8월30일 시작 버튼이 눌린 뒤 939일이 지난 2013년 3월26일, 종료 버튼이 눌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2만2512시간. 26일 오후 4시 이현동 국세청장은 퇴임식을 갖고 정들었던 수송동 국세청사를 뒤로한 채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앞으로 그의 호칭은 이현동 '전(前)' 국세청장이다.

이 국세청장은 군사정권이 종식된 이후 국세청장을 지낸 12명의 국세청장(서영택 前 국세청장 이후) 가운데 두 번째로 재임기간이 길었던(8·9대 추경석 前 국세청장 : 1991년 12월21일∼1995년 12월20일) 국세청장으로 국세청 역사에 남게됐다.

이 국세청장은 2010년 8월30일 첫 등청(登廳) 이후 지난 2년6개월 동안 국세청을 무리 없이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재임기간 동안 남긴 족적(足炙)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과(過)에 대한 조직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 '공(功)'…끝내 성공한 '은둔형 국세청장' = 이 국세청장은 취임 이후, 언론 노출을 극히 자제해 왔다. 이는 전임이었던 백용호 전 국세청장 재직시절 차장으로 근무하며 이어받은 일종의 '내력(?)'이었다. "국세청장이 언론에 많이 나봐야 국민들이 싫어한다"는 논리였다.

언론 노출을 자제한 결과, 이 국세청장에게 '은둔형 국세청장'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 같은 그의 스타일 고수가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그를 성공한 국세청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과거 국세청장들과는 달리 청장 개인 홍보 및 이벤트성 전시행정을 기피하고 '세수확보·탈세차단'이라는 국세행정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리더십의 대부분을 쏟아 부었다는 평가다.

국세청장 자리를 개인적인 '꿈'을 실현하는 발판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일부 국세청장들은 막강한 권한과 정보력을 움켜쥘 수 있는 국세청장을 토대로 더 나은 비상을 꿈꾼 경우가 많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허망하게 무너지기도 했다.

국세청장 이후의 행보(장관, 국회의원 등)를 생각지 않고 현실에만 충실한 행보로 '롱런'의 기회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정치색깔을 배제했기 때문에 재임 기간 중 불미스런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고, 개인비리(금품)에도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조직원들을 본연의 업무에만 치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이 이 국세청장이 국세청에 남긴 가장 큰 공"이라며 "나름대로 국세청장과 국세행정이 지속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확실히 제시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 상당수 국세청장들이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 자신의 커리어를 망친 이유는 '욕심' 때문"이라며 "그 욕심 때문에 자신은 물론 국세청 조직에 해를 끼쳤다. 이 국세청장의 선례는 앞으로 재임할 국세청장들이 본 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각종 세무조사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개혁을 명분으로 외부인사 영입설 등이 흘러나오는 와중에도 새로운 국세청장(김덕중 국세청장)에 내부인사 출신이 임명될 수 있었던 근본 배경도 이 같은 이 국세청장의 '조용한 2년6개월'이 발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조직확대 개가…'화합형, 미래지향형' 인사실패 '과(過)' = 국세청 조직 측면에서 부산지방국세청 1급 지방국세청 승격,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 신설 등 조직확대를 현실화했다는 것도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부산국세청 승격은 최고의 성과로 평가된다.

임기 동안 4개(화성·분당-개청, 잠실·포천-개청 예정)의 세무서를 신설하는데 성공, 111개 세무서 체제를 만들어 낸 것도 국세청 조직원들로부터 고평가를 받는 대목.

아울러 역외탈세 차단을 위한 조사활동에 기반이 되는 예산을 국회로부터 받아내고 지난해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신설해 박근혜 정부에서 주어진 추가 세수확보라는 특명을 수행할 기틀을 미리 닦아놓은 것도 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지(陽地)가 있으면 음지(陰地)도 존재하는 법.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 국세청장의 인사운용 실패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특정지역(대구경북)과 행정고시 출신에 대한 지나친 우대로 조직 내 보이지 않는 '분열'을 만들어 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인사에 있어서는 사조직처럼 운영한 흔적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지역차별이 더 심화됐고 행정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세무대학 출신간 균형있는 인사에 실패해 조직 화합을 만들어내는 데는 분명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 국세청장 임기 동안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들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 국세청장이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두는데 인색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반승진 출신들과 여성인력에 대한 과감한 발탁 인사를 하지 않고 정체시켜 놓은 부분도 수 년 뒤 국세청 인사를 어렵게 만들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꼽는 목소리들도 높다. 최근 연이어 터진 하부조직의 뇌물비리 수사 등 '외풍(外風)' 차단에 실패한 부분도 언급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비록 이 국세청장 취임 이전에 벌어졌던 일들이 대부분이고 퇴임이 예상되던 시점이었지만, 현재 조직의 수장이라는 대표성을 감안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외풍 차단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