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경우, 약 12조원 가량의 세수입 부족으로 하반기에 정부 곳간이 바닥나는 '한국판 재정절벽'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 확대하기로 결정한 박근혜 정부는 하반기 재정절벽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총 12조원 이상의 추경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추경예산 재원이 일부 공기업 지분매각을 제외할 경우 나라 부채를 늘리는 '국채발행'으로 채워질 예정이어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3년 세입결손 및 파급효과'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성장률 하락 등에 따른 세수부족을 방치할 경우 하반기에 한국판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 경제성장률 3%→2.3% 하향조정…"세수입 12조원 부족" = 우선 이 차관은 지난 28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언급하며,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약 12조원 수준의 세입이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지난해 12월 3.0%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0.7%나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성장률 하락으로 약 6조원 가량의 세입이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성장률 하락으로 올해 거둬들일 법인세와 종합소득세가 4조5000억원 가량 줄어들고, 올해 성장률 추가 하락으로 1조500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세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MB정부 시절 추진했던 공기업 선진화계획에 따라 올해 예산에 반영했던 공기업 지분매각도 어려워져 세외수입에도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당초 올해에만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 주식 2조6000억원, 기업은행 주식 5조1000억원 등 총 7조7000억원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국회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산은 매각은 철회하고 기은 지분 1조7000억원만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산은·기은 지분매각으로 거둬들이기로 했던 7조7000억원 중 6조원 가량의 세외수입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차관은 "당초 6조원 정도의 세입이 감소된다고 발표했고, 세외수입도 체크해보니 상당히 어렵게 됐다"며 "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쳐서 12조원 가량의 세입이 감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경제 살려야는데 당장 쓸 돈 없다"…추경 12조＋α 편성 =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세수실적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조2000억원이나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가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지만,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정책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경기회복과 경제정상화를 위해 상반기에만 60% 이상의 재정 조기집행을 계획하고 있어, 세수부족이 계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재정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지 못해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위험성이 크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하락 및 세외수입 감소에 따른 세입부족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경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하반기 재정여력 부족과 맞물려 한국판 재정절벽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차관은 "당초 올해 경제전망 및 지출전망을 짰을 때 전체 예산이 340조원인데 12조원 가량이 세입에서 감소되면 특별한 보완조치가 없을 경우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서민생활, 대외적 여건이 녹록치 않아 대규모 세입감소에 따르는 지출감소는 반드시 보완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재정절벽을 방지하기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세입부족으로 경기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재정지출 확대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게 추경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 차관은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60% 이상 할 계획인데 하반기에 세입감소 효과가 나타나면 하반기 경기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판 재정절벽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국민들게 솔직하게 세입감소를 말씀드리고 국회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세입감소만큼 지출이 빠지게 되는데 이를 메우고, 추가로 추경을 한다는 것"이라며 "세입감소분이 12조원 가량이므로 추경 규모는 12조원 알파라고 보시면 되는데, 12조원을 보완할지 플러스 알파를 할지 등은 당정간에 협의를 해서 국회에 말씀드리고 보완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 추경재원 12조원, "결국은 국채발행으로 조달" = 정부는 12조원 수준의 추경예산을 결국은 나라 빚을 늘리는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못해 세입감소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해도 모자랄 판국에 증세 등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세입 사정이 녹록치 않아서 결국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해야 할 거 같다"며 "경제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모자라는데 증세를 해서 지출을 줄이는 건 맞지 않고, 증세 없는 재원 마련 공약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거 정권에서 추경 편성시 세금을 감면해줬던 전례에 대해 현재로서는 감세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차관은 "과거 2009년에는 추경편성시 세금을 깎아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자꾸 세금을 깎아주면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 등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이 차관은 "어제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대로 추경예산은 일자리, 서민생활 안정 등에 쓸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부처들과 각 사업별로 논의하고, 확정되면 추경안 발표 때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결국 추경예산 재원을 나라 빚을 늘리는 국채발행으로 마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정부의 여전한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장기화로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것을 우려, 재정수지보다는 경제성장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추경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현재는 재정수지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으로 한다"며 "지금은 성장률이 2.3%이지만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고, 저성장국면을 그냥 놔두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