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새누리당 지도부와 비공개 만찬서 "상사병 났다"
여당인 새누리당과도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정책 입법화를 앞두고 당청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9일 저녁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비공개 만찬을 갖고 당정청 간 소통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와 회동한 적은 있지만 만찬을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과 추경은 응급성을 요하는 것으로 시간을 놓치면 안된다"며 관련 입법의 국회 처리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당이 쓴소리를 해도 대통령이 잘 받아들여 달라"며 당청 소통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말을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에서 "한 자도 못 고친다"는 입장을 견지해 타협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부실한 인선과 검증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여러 차례 여당의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열린 당정청 워크숍에서도 이와 같은 새누리당 내의 기류를 반영하듯 청와대 참모진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은 "여당 의원들에게도 전도하듯 하는데 어떻게 국민과의 소통이 잘 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렇듯 '불통' 지적을 받아온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발표를 전후로 여야를 비롯해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설명과 협조를 구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기풍 제1차관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에게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허태열 비서실장도 수석비서관들에게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독려했다.
이에 부응하듯 조원동 경제 수석은 '2013년 경제방향'과 주택시장 정책 발표를 전후로 청와대 춘추관을 여러 차례 방문해 배경 설명을 진행하면서 '또와 수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는 아무리 공약과 정책을 잘 만들어도 여야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고, 정책적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러분이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났다"고 말했고, 황 대표는 "우리가 상사병이 났다"고 화답하는 등 만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는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으며, 새누리당에서는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당 소속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유승민 국방위원장만이 불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