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금융감독원
일감몰아주기 기업 성장성 높아… 상장 시 엄청난 투자수익
정부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물류·SI(시스템통합)·광고·건설분야이다. 계열사 사이에 일감을 몰아주기에 가장 적합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의 경우도 일감몰아주기의 전형적인 업종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형태의 일감몰아주기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2000년 12월 8일 그룹내 산재한 소모성 자재 등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인터넷 유통업, 경매업, 광고업 및 인터넷 비즈니스 개발 컨설팅, 기타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 등을 목적으로 아이마켓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난 2001년말 당시 회사의 납입자본금은 130억원(액면가 5천원, 발행주식수 260만주)이며, 주주 구성은 삼성전자(14.62%)를 포함한 삼성계열사가 85%, 기타 개인주주가 15%를 소유했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설립 첫해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02년부터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해 매출액은 1조2549억원, 영업이익은 59억원에 달했다.
2003년에는 매출액 5589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했고 매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이 회사가 2011년 10월 인터파크에 인수되기 직전 연도인 2010년의 경우 매출 1조5491억원에 영업이익 393억원을 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10년 7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그해 12월 최고가 3만1200원(액면가 500원)을 기록하게 된다. 당시 주식수가 3594만주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시가총액이 1조1213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초기 자본금이 130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86.2배가 늘어났고 이 때 발생되는 이익은 대부분이 삼성그룹의 몫으로 돌아갔다. 삼성은 이 회사를 매각하는 길을 택해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측으로선 MRO가 소모성자재의 구매를 효율화함에 따라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점이 무시되는 여론에 떠밀릴 수 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도 삼성그룹의 사례와 엇비슷하다. 감사원이 최근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공개한 재벌 일감몰아주기 사례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2001년 2월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계열회사 물류 관련 업무를 몰아줬다.
감사원은 "글로비스의 경우 일감을 몰아준 결과 2001년 자산 472억원, 매출액 1984억원이 2011년말 자산 3조1896억원, 매출액 7조5477억원, 순이익 3021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며 "2004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후 2011년말 현재 정몽구 회장은 20억원을 투자하여 9032억원, 정의선 부회장은 30억원을 투자하여 2조1183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02년말 자본금이 50억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17일 현재 시가총액이 6조225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10여년만에 회사 가치가 무려 1245배나 뛰었다. 500원짜리 주식은 지난 2005년 상장하자마자 큰 폭 올랐고 17일에는 16만 6000원에 거래됐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그룹의 주채무계열 현황을 보면 4대 그룹의 경우 수백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일감몰아주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 중견·중소기업까지 일감몰아주기… 여론이 경제민주화 불 당겨
일감몰아주기는 일부 대기업에서만 행해지는 관행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기업 그룹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까지 곳곳에 만연되어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로는 정석기업,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한진지티앤에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오너 일가가 물어야 할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의 과세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내부거래비중이 높다. 유니컨버스의 경우 2011년 기준 1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한진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약 15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한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계열사와의 부동산 거래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꼽힌다.
태광그룹은 부동산관리 및 승용차 대여업체인 티알엠을 46억원에 코스닥 여행업체 레드캡투어에 매각키로 했다. 티알엠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1만204주, 51%)과 장남 현준(9796주 49%)씨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티알엠은 매출의 90% 이상을 태광그룹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08년 약 200억원, 2009년 221억원, 2010년 25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순이익도 각각 25억원, 56억원, 84억원으로 증가했다.
영풍그룹은 지난해 비상장사인 엑스메텍 지분 34%(13만6000주) 전량을 지주회사격인 영풍에 매각한 바 있다. 엑스메텍은 계열관계인 영풍, 케이지엔지니어링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60%에 이를 정도로 일감몰아주기 대표기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농심의 시설관리회사인 쓰리에스포유는 외부용역업체를 인수해 2005년에 설립됐는데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쓰리에스포유는 농심의 내부 거래를 통해 지난 6년간 회사 규모를 20배 이상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이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대표에게 광고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 외에 다른 거래가 없어 90%가 넘는 매출 의존을 보이고 있다.
서울광고는 2004년 매출의 83%가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발생했고, 그 비중은 점차 90%를 넘어서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특수관계인의 수혜법인 최대주주 친족에게도 물리도록 되어 있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