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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는 부설 조세정책연구소 출범과 함께 첫번째 과제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논제로 선정하고 심층 기획보도합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올해 첫 실시되는 만큼 시행착오가 예상되고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자진신고가 끝나는 7월말 이후 후폭풍마저 예고되고 있습니다. 조세일보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우리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조명하고 이 제도의 미비점과 개선책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
재벌 구조개혁 가속화될듯…감사원 가세 ‘四面楚歌’
박근혜 정부들어 경제민주화 열풍이 불면서 대기업 그룹의 오너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는 물론 감사원까지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는 기업 오너를 정조준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자진신고하도록 되어있다. 법인세 신고일이 속한 달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1일 법인세 신고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7월까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로 인한 파장은 마치 북태평양 남서해상에서 태풍이 몰려오듯 7월말이 가까워질수록 대기업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일것으로 예상된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경제민주화를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축으로 국민 여론으로부터 커다란 지지를 받은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올해 첫 실시되면서 그 위력이 어느정도가 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변칙적인 상속 또는 증여에 대해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타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해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 또는 타인의 기여에 의해 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는 2003년 이전까지는 증여로 의제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4년부터는 세법상 증여에 포함시켜 완전포괄주의 증여과세를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갖춰놓고 있다.
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 3과 시행령에서는 모든 업종에 대해서 특정기업의 매출액이 정상거래비율의 30%를 넘으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여 거래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친족은 개별적으로 각각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피하려 계열사 흡수합병
재계는 올해 실시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에 대해 심한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비상장기업의 주식 분포까지 자체 전산망을 통해 얼마든지 캐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을 속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재계는 올해부터 부담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예전에 없는 새로운 세(稅)부담이어서 적지 않은 불만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감사원이 최근 국세청에 대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적용된 2004년까지 소급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재계는 경악하고 있다.
조세전문 법무법인들은 2012년도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제대로 걷히기만 한다면 수천억원 상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의 요구대로 2004년부터 소급하여 8년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걷는다면 수조원의 과세가 이뤄지게 된다. 대부분이 대기업 오너인 수혜그룹의 지배주주와 친족들은 말 그대로 세금폭탄을 맞게되는 셈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로부터 자유로운 대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구매대행업(MRO)을 일찍 정리하긴 했지만 국세청이 감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급적용하면 이 회사 마저도 일감몰아주기 양도세 부과에서 벗어날 수 없게된다.
SK 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는 SK C&C가 꼽힌다. SK C&C가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100% 비상장 자회사인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키로 결의했다고 밝힌 것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5월31일이다.
지난해 SK C&C 매출액 1조5286억원 중 종속회사 및 관계사를 통한 매출은 9805억원으로 64% 수준에 달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1% 미만인 엔카네트워크와 합병하면 내부거래 매출 비중을 50% 아래로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SK C&C가 엔카네트워크와 합병을 하게된 속사정은 새 정부 이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SK C&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대기업의 공공 IT 사업참여 제한과 국내 IT 서비스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SK C&C의 엔카 합병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글로벌 비(非) IT 영역 진출을 위한 조처"라고 해명했다.
일감몰아주기는 재계의 구조개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처럼 일감을 몰아줘도 세금으로 대부분 뺏길 뿐 오너들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 집중적인 포격을 받게 될 처지여서 자구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일감몰아주기 양도세는 아직까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름이 다가올수록 위세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요구대로 2004년부터 소급적용하는 일이 벌어질 때는 재계를 뒤흔들 ‘핵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