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이 22일 오전 캠코 본사에 방문, 국민행복기금 신청자와 상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김용진 기자
"2003년 동네 슈퍼를 운영하다가 빚을 졌습니다. 5년 동안 잘되다가 주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경제 위기가 오다보니 장사가 안 돼 처음에는 은행, 지인에게 생활비를 빌렸는데 결국 대부 업체 빚까지 졌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죽고 싶은 심정으로 살았는데, 저 같은 사람에게 국민행복기금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꿈입니다."
22일 국민행복기금 신청 첫날 오전, 채무 감면을 받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서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에 몰렸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종철 씨(50대)는 이날 서민금융 간담회에 참석,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들에게 건의 사항을 전했다.
그는 "빚 때문에 가게 문을 닫고 현재는 떠돌며 일하고 있지만 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에서 도와주면 성의껏 빚을 갚고 최선을 다해 살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이날 서민금융 간담회에 참석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은 만병통치가 아니다. 채무의 늪에서 시달리는 분들이 고용과 복지 지원을 받아 스스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국민행복기금이 홍보가 안돼서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안타깝지만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대부 업체의 불법 추심에 관해 잘 알고 있다. 법정 이자인 39%를 넘는 부분은 안 내도 된다. 또 불법적인 채권 추심은 처벌을 받는데, 금감원이 이를 엄히 처리해 (채무자들이)편안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은 "국민행복기금을 두고 사회에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어려운 분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응분의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행복기금은 소득에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연체한, 50만원~1억원의 빚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4124개 금융회사 및 대부 업체가 가입해 채무 감면을 협약한 상태이다.
채무 감면 비율은 총 3단계 심사를 통해 정해진다. 연령, 급여, 부양가족, 연체 기간 등을 감안해서 이뤄진다.
최대 50%, 기초 생활 수급자 및 중증 장애인, 70대 이상 고령자는 7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국민행복기금 조사 결과 연령 37세, 월 급여 150만원, 부양가족 2명 등의 평균 수치를 바탕으로 가상한 결과 40~45%를 감면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