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5층 대회의실.
회의장은 김덕중 국세청장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한 30여명의 중소업계 관계자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동안 경제부처 수장들과의 간담회를 자주 마련했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여느 장관님보다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이날 간담회에 이목이 집중됐다.
간담회에 참석자들은 대체로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 움직임에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더해질 경우 압박감은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가 간담회 내내 흘러나왔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FIU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국세청이 무차별적으로 활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국세청의 제한된 인력을 감안할 때 이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며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몇 가지 정책적인 건의사항을 제외하곤 참석자 대부분이 '세무조사'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우리업계는 힘들다, 상황이 어렵다, 조사시기를 유예해달라는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 국세청장은 물론 국세청 국장급 고위직들이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수차례 하고 나서야 긴장감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국세청장은 이날도 향후 세무조사 운영 방향성을 수차례나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민모두가 공감하는 대재산가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불법사채업 등 민생침해사범, 현금거래 등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국부를 유츌하는 역외탈세 등 4대 탈세분야를 집중하겠다"며 "FIU 고액현금거래 정보도 소액 생계형 서민경제, 중소기업 통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활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세법이 허락하는 한 중소기업에 대한 모든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국세청장은 물론 이어진 질의 응답과정에서도 국세청 간부진들의 해명이 이어지자, 간담회 초반 걱정스럽고 경직했던 표정의 기업인들의 표정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국세청이 쥐고 있는 세무조사권이 국내 경제주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김 국세청장은 이처럼 기업인들에게 세무조사 공포증을 걷어내고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편, 과거 국세청장들과는 색다른 '언행(言行)'으로 관심을 받았다.
보통 기획재정부는 세제, 국세청은 세정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세법개정이 필요한 분야는 답변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관례를 벗어나 김 국세청장은 적극적인 민원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앞으로 기재부 소관, 국세청 소관이라고 구분하지 않겠다"며 "조세제도 문제라도 오늘처럼 현장에서 주어진 건의사항은 기재부에 적극 건의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기업과 가장 긴밀한 업무를 하는 것이 국세청"이라며 "모처럼 국세청에서 성의있게 간담회에 성실하게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