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 동안 갑론을박을 거듭해 오던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소위 FIU법 개정안이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FIU법의 실체는 금융정보분석원(이하 FIU)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거래 정보(CTR, STR)를 과세당국에 제공, 세금부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내용이다.
찬반 논란이 극심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전격적인 합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내용물이 나온다.
국세청이 FIU가 축적한 정보에 직접 접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탈세가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FIU에 탈세혐의를 제시하고 FIU이 이를 승인하는 경우에만 정보를 제공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현재의 과세정보 공유 체계에서 한 발짝 이상 진전되지 않은 내용이나 다름없다.
현재 국세청은 심층세무조사가 필요한, '범죄'의 범주에 속한 탈세 사건에 한해 혐의를 제시하면 FIU로부터 관련자의 금융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무분별한 과세당국의 FIU 정보 활용이 가져올 수 있는 사생활 침해, 국세청 권한 남용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국세정의 정보공유 요건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일반 탈세사건으로 정보제공 요청 가능 범위가 넓혀졌지만, 과세당국이 당초 요구했던 수준(직접 접근권한 확보)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뜩이나 연초부터 세수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실현을 뒷받침할 추가재원 마련이라는 난제를 짊어진 국세청의 입장에서 볼 때, 실망스러운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 정도라도 됐으니 다행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성과를 내면 더욱 (접근권한이) 확대되지 않겠냐"는 긍정론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재와 달라질 것이 사실상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의 반쪽짜리도 안 되는 성과"라는 불만 섞인(?) 여론이 더욱 높게 형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