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인사 사실상 청와대 의중 크게 작용
감사원·검찰 등 외부 인사 파견설에 '와글'
금융감독원 인사 철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새로 선임된 금감원장 및 수석부원장을 제외하고 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요직(要職)들이 대거 교체될 전망인 가운데 인사 후보를 두고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금감원 임원 중 부원장은 청와대가,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부원장보도 청와대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미 임원 후보자들에 대해 인사 검증에 착수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재(再)신임될 가능성도 있지만 상당수가 교체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금감원 안이 더욱 시끄러운 것은 외부에서 파견되는 임원들 때문이다.
현재 공석인 자리를 포함해 금감원 임원 자리는 11개, 감사를 합하면 12개이다.
이 중 외부 파견 자리는 신임 최종구 수석부원장(전 기획재정부 차관보)을 포함해 감사, 금융소비자보호처장, 회계 담당 전문심의위원, 금융투자검사 담당 부원장보 등이다.
특히 감사와 금융투자검사 담당 부원장보는 현재 감사원과 검사 출신의 박수원 감사, 정연수 부원장보가 각각 맡고 있다. 수석부원장까지 합하면 총 3명의 임원이 공무원 출신이다.
감사와 금융투자검사 담당 부원장보는 정부에서 첫 파견된 인사들이다. 금융투자검사 담당 부원장보의 경우 불공정 거래 조사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검찰 출신이 처음으로 임명됐고 한차례 연임됐다.
이를 두고 금감원 직원들은 앞으로 이들 임원 자리가 두 기관의 전용 낙하산 자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내부 출신의 임원이 줄어들 경우 사기가 꺾인다는 아우성도 적지 않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아직 유임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설령 바뀌더라도 내부에서는 이미 공무원들이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반응을 두고도 평가는 엇갈린다.
현재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로 운영되며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금감원 임원 자리에 공무원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나, 금감원 직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조직 이기주의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금감원 임원이 외부 파견 인사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뇌물 수수가 드러나면서부터이다.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파견 인사를 늘린 것이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제한된 임원의 자리를 두고 금감원이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입장은 이해되나 거대 권력기관인 금감원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지 몇 년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