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포괄주의 소급과세 여부 '신중검토'
"세수확보 위해 세무조사 권한 남용 않겠다"
오는 7월 최초로 시행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당분간 납세자가 스스로 과세표준을 계산해서 자진납부하고 국세청이 이에 대한 사후 검증을 진행하는 체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 제도의 복잡성으로 정확한 과세소득 산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과세당국이 직접 세액을 산출한 뒤 세금고지서를 발부하는 '고지납부'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에 국세청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국세청장 초청 '국세행정 운영방향 조찬간담회'에서 이학영 자산과세국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기업별 영업이익, 세무조정항목, 일감몰아주기비율 등 과세에 필요한 기초정보 확보가 어렵다"며 고지납부 시행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국장은 현대자동차 이용배 부사장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산출세액을 납세자가 아닌 과세당국이 해달라는 요청에 이 같이 답변하면서 "다만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없도록 신고안내는 물론 세무서에 전문 상담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납부 형식이 가능했던 것은 기초과세자료인 부동산대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납세자 신고를 받지 않고도 가능했던 것"이라며 "현행 전산체계도 (신고납부) 과세체계로 맞춰져 있어 (고지납부 변경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재벌가 편법상속 행위에 대한 증여세 소급과세 적용여부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참고로 최근 감사원은 2004년 이미 상속증여세 포괄주의가 시행된 만큼 국세청이 주식·현금·전환사채 등 유무형의 상속·증여 형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과세했어야 된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김덕중 국세청장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소급과세를 지양해 달라"는 백남홍 하광상의 회장의 요청에 "소급과세는 통상적인 언어로 언론에서 보도된 것 같다"며 "문제는 2004년 당시 법률로 과세가 가능한지 여부의 판단문제 같다"고 답변했다.
김 국세청장은 "당시 국세청은 법률에 있는 규정(포괄주의)만 가지고 과세하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사회적 논란이 있는 기업에 대해 직접 과세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감사원으로부터 과세방안 마련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과세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 대한 예단이나 방침을 정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보다 진지하게 양쪽 기관, 내부의견을 듣고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또한 세수확보를 위해 세무조사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김영기 조사국장은 최근 기업들이 세무조사 공포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세수목적의 세무조사는 실시하고 있지 않다"며 "올해 세무조사는 대재산가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고소득자영업자의 현금탈세, 국부유출 초래하는 역외탈세, 불법사채업자 등 민생침해사범 등 4대 분야에 집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올해부터 기존 과태료 등 벌금형 제재에 더해 징역형 등 형사적 처벌이 추가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문제와 관련, 국세청은 과도한 제재가 되지 않도록 신중히 운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연근 국제조세관리관은 "단순착오 등 정당한 (미신고) 사유가 있으면 부당하고 과도한 제재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며 "내년부터 일별에서 월간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에 신고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국세 신용카드 납부한도 폐지문제와 관련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송성권 징세법무국장은 "납세자 편의를 위해 납부한도 상향조정, 납부대행수수료 인하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납부금액한도가 국세기본법에 규정돼 있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겠지만 납세자 신용에 큰 문제가 없다면 한도폐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