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금소원, 소비자 보호 이해 상충 문제 부각
전문가 TF 가동…"의견수렴중 개편 가닥 못 잡아"
금융감독원이 13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돌입한다.
외환 위기를 계기로 은행, 보험, 금융 투자(증권) 분야의 감독 기관이 하나로 통합된 뒤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으며 또다시 분리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시키자는 것이 최근 논의의 주요쟁점.
파생 상품이나 후(後)순위채 등 복잡한 투자 패턴이 금융 이용자들의 피해를 키우자 소비자 보호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커진 탓이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6월까지 금융 감독 개편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정부안을 내놓겠다"고 밝혀 금감원 조직 개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회사 검사 권한을 두고 기존의 금감원과 새로 생기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간 이해 상충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만일 금소원에 검사 권한 일부를 이관하지 못하면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서 볼 때 결국 사후약방문 수준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문제는 금융회사의 영업 행위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금감원과 금소원이 동시에 가질 경우 업무 중복에 따른 논란의 소지도 있어 금융 감독 당국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또 영업 규제는 금융회사의 수익성뿐 아니라 제재 등의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 감독 당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박사는 "정부가 구상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그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부실하고, 금융 당국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소원 분리에 여전히 적대적인 모습니다.
지난해 금감원 노동조합뿐 아니라 전국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협회·한국화재보험협회·한국은행·예금보험공사·한국증권금융·손해보험협회·서울보증보험 등은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법(가칭)에 대한 집행정지를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한 바 있다.
한편 일부 국가에서 모범 사례로 삼고 있는 영국의 금융 감독 당국 PRA(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와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영업 행위 규제를 각각 나눠 담당하고 있다.
금융 감독 개편 TF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분리하자는 의견과 분리하지 말자는 의견 둘 다 충실히 듣고 있다. 아직 어느 쪽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가닥을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가동, 29일 2차 회의를 열었으며 3차 회의는 오는 30일 오후에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