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가정용 전기드릴을 구입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기드릴이 아무리 비싸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많은 만큼 유명 브랜드인 B사의 제품을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매하고 싶었던 A씨는 해외구매를 하기로 결심했고 미국의 유명 사이트에서 전기드릴을 구매했다.
문제는 세금이 얼마나 붙느냐는 것이었지만 한·미 FTA로 인해 200달러 이하의 제품은 면세가 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놓았다.
190달러 짜리 가정용 전기드릴을 주문한 A씨는 이제나 저제나 물건이 언제쯤 올까 기다리고 있었다. 전기드릴이 오는대로 딸이 타고 놀 수 있는 그네를 직접 만들어줘야겠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기대도 잠시, A씨에게 세금을 내야만 물건을 주겠다는 세관의 연락이 왔다. 면세인 줄 알았던 관세 8%를 내라는 것이었다.
한·미 FTA 협정으로 인해 본인이 사용하겠다는 것만 증명하면 200달러 이하의 물건은 무조건 세금이 면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당황한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구매한 전기드릴이 미국산이 맞는지 확인부터 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에 알아보니, 이 전기드릴은 인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던 것이었다.
A씨는 미국 브랜드인 B사의 제품을 단지 인도에서 생산했다고 해서 한·미 FTA 협정세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A씨는 세관에 "인도산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라고 따졌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구매한 제품이 미국산이 아니라도 미국에서 특송화물로 들어오는 200달러 이하의 물건은 모두 면세라는 것이다. 따라서 A씨가 인도산 제품을 구매했더라도 미국에서 발송됐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한·미 FTA 협정에 따라 200달러 이하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수입제한 상품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전기드릴이 바로 여기에 걸린 것이다.
한·미 FTA에 따르면 수입제한 상품으로는 의약품과 한약재, 야생동물 관련제품, 농림축수산물 등 검역대상 물품, 식품류, 과자류, 화장품 등이다.
또한 특별통관대상업체로 지정되지 않은 전자상거래업체가 수입하는 물건이나 품명·규격·수량·가격 등이 부정확하게 기재된 물품, 세관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물품 등도 이에 포함된다.
세관 관계자는 "A씨의 경우에는 개인이 직접 전기드릴을 수입해 특별통관대상업체로 지정되지 않은 전자상거래업체가 수입하는 물품 규정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며 "전기제품은 안전인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어 세관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