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FIU 정보, 숨어있는 현금거래 노출시킬 것"
김갑순 사무총장 "포괄적 세무조사로 납세자 큰 부담"
임동춘 입법조사처 팀장 "개인정보보호 입법 사각지대 발생"
여·야간 의견대립으로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된 'FIU법'과 관련 국회에서 제2라운드의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의원연구단인 '한국적제3의길'(대표의원 박영선)은 14일 의원회관에서 'FIU 정보공유 확대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FIU(금융정보분석원)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김현미·민병두·박영선·홍종학의원실 공동 주관으로 열린 것이다.
오는 6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진 FIU법안에는 국세청·관세청이 FIU 정보를 과세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액현금거래보고(CTR, 1일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2011년 기준 1131만건)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이명순 금융위 FIU 기획행정실장은 '국세청의 FIU 금융정보 활용확대 관련 입법논의 동향'이라는 발제에서 "국세청에 대한 FIU 정보 제공범위가 조세범죄에서 탈세혐의조사로 넓어졌으나 탈세혐의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정보제공은 불가능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CTR 정보는 국세청이 탈세혐의에 대한 소명없이 광범위하게 정보를 요구할 경우 FIU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정보제공을 거절할 의무가 있다"며 "이는 탈세혐의와 무관한 선의거래자의 금융정보 제공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동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은 'FIU 정보 활용과 세정 투명성 확대 방안'이라는 발제에서 FIU 정보의 과세활용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센터장은 "전자금융, 외환자유화 등 급속한 금융거래의 확대로 인해 과거와 같은 실물거래 검증만으로 지하경제 축소에 한계가 있다"며 "국세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 변칙 금융거래 등을 이용한 음성적 현금거래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금융추적은 필수적이다"고 강변했다.
'유리알지갑'이라는 소리를 듣는 근로소득자에 비해 자영업자는 무자료거래나 현금거래를 통해 소득을 은닉할 수 있어 세부담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는데 FIU 정보는 숨어 있는 현금거래를 노출시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불공정한 과세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주장.
또 그는 "국세청은 FIU 정보를 활용해 대기업·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역외탈세자, 세법질서 문란자 등 4대 중점관리 분야의 탈세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당초 국세청은 고액현금거래자료에 직접 접근해 활용하려 했으나 개인금융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감안해 FIU에서 탈세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는 정보만을 제공받기로 했다"며 "정보활용 결과를 FIU에 보고하는 등 피드백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는 잦아 들지 않았다.
김정진 변호사는 토론자로 나서 "국세청의 현금거래 활용방안에 논의되는 배경에는 이것이 현 정부의 주요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현재 국가기관들의 태도는 지하경제양성화라는 정책방향을 일부 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양성화는 사실 1987년 민주화 이후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대부업버 제정 등을 통한 사채시장 안정화,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고, 점진적으로 지하경제양성화를 달성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국세청에서 '과세효과가 4조5000억원이 나올 수 있으니 권한을 달라'식의 논의는 적절한 것이 아니다"며 "지하경제양성화가 마치 단기적, 일회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양 국가기관에서 대책을 쏟아내는 것은 아무리 대통령제 국가라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되돌아 보아야 할 문제다"고 꼬집었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동국대 교수)는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범위를 현행 '조세범칙 관련 세무조사'에서 '조세의 부과·징수'로 확대함으로써 FIU의 고액현금거래보고 DB에 직접 접근해 탈세추적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고 운을 떼었다.
그 이유는 FIU 정보를 활용한 과세권의 남용 가능성이 헌법에서 규정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국민의 재산권 부당 침해 등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
김 사무총장은 "현행 증여세법은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객관적 증빙자료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3000만원을 빌린 후 3개월 후에 갚았을 때 빌리고 갚은 행위 각각을 증여로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태에서 국세청의 FIU 정보에 대한 직접 접근은 개별납세자 단위의 포괄적 세무조사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선의의 납세자에게도 매우 큰 부담과 고통을 파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장은 "국세청의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할 경우 개인신용정보 등 개인금융거래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기관에 제공되는 것이므로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입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OECD 국가에서 과세관청이 FIU의 금융거래정보에 직접 접근이 가능한 국가는 아일랜드, 영국, 호주, 미국 등 단 4개국에 불과하고 조세범죄 조사목적으로 직접 접근이 가능한 국가는 5개국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임 팀장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FIU법에 대한 몇 가지 보완사항도 제언했다.
그는 FIU법의 보완사항으로 ▲의심거래보고(STR) 의무기준 금액 폐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상응해 귀금속·미술품 거래 등에 대한 국내 규제시스템 정비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대상 추가 확대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