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세 전자신고창구, 선진세정 '역행'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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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고가 아닌 우편이나 신고서를 통해 종소세 신고가 접수돼도 결국 전자신고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례로 한 납세자가 종이로 된 신고서를 전자신고창구로 들고 와 담당직원에게 "전자신고 안할 생각인데 어디에 제출하면 되냐"고 묻자, 직원은 번호표를 쥐어주며 "수입금액부터 확인하라"고 일러줬다.

수입금액 창구에서 금액을 확인한 납세자는 대기 순서에 따라 전자신고창구로 이동, 홈택스 아이디를 만들고 결국, 전자신고를 했다.  

세무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편이나 신고서를 통해 종소세를 신고를 할 경우, 어차피 전산요원들의 입력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직원의 손에 의해 전자신고로 전환되고 있다. 

□ 일선세무서 직원 불만 증폭…"우리 업무가 아닌데" = 문제는 이 같은 전자신고업무가 세무서 직원들의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일종의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차라리 창구를 닫는 게 낫다는 일선 세무공무원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일선세무서 관계자는 "전자신고가 세무공무원 본연의 업무도 아닌데 신고창구 때문에 납세자들에겐 당연히 해줘야하는 업무로 인식되고 있다"며 "종소세 전자신고창구를 아예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며칠을 신고창구에 매달려있는 직원들은 종종 격양된 납세자들의 폭언이 오갈 때 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회의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것.

이어 "매년 세무서에서 전자신고 도움을 받는 납세자들은 종소세신고 안내문이 오면 읽어보지도 않고 세무서부터 찾아온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희생해야함은 알고 있지만 이는 선진세정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세수확보에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되는 전자신고창구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시간만이 해결?…"전시행정에서 탈피해야" = 한편, 이 같은 '쏠림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시각도 있었다.
 
한 일선 관계자는 "지금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납세자들이 꽤 있어서 전자신고창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무서를 찾는 이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가령 10년 뒤를 예상해보면, 컴퓨터 활용을 잘하는 지금 젊은 층들이 성장해 경제활동이 늘어날 것이고 지금 세무서에 오시는 분들은 경제활동이 줄어들 테니, 아마 그때쯤 되면 거의 집에서 전자신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해가 갈수록 간편해지는 홈택스 사용법이 납세자들의 전자신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도 많다.

한 세무서 관계자는 "컴퓨터 자체와 관련 없는 사업자들이 아직도 무수히 많다”며 "우리가 생각할 때는 쉬워 보여도 부동산 임대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전자신고를 스스로 하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만 해도 인터넷 쇼핑하다 잘 안되면 그만둬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라고 되물으며 쉬운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올해 (종소세 전자신고율)목표치가 90%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외부에 선진세정, 세계최고수준의 전자세정이라고 떠들어 놨는데 퍼센트를 떨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최고의 전자신고율이라는 타이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이 직접 자진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