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세 전자신고율 '80%'의 비밀, '전자신고창구'

"384번 고객님 13번 창구로 오세요"

"384번 고객님 안계세요?"

"홈택스 아이디 먼저 만드세요"

일렬로 길게 늘어선 줄은 이미 문밖을 넘어섰다. 대기석에 앉은 납세자들은 대기번호표와 전광판을 번갈아보며 자기차례가 오기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입구에 서있는 직원은 물밀 듯 밀려오는 내방객들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고 15명 남짓한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납세자들을 1:1로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무더워진 날씨 탓인지 손부채질 하는 이들과 세무서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일선세무서 직원들이 진땀나는 5월을 보내고 있다. 바로 2012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종합소득세 전자신고창구' 때문이다.
 
매년 5월이 되면 각 일선세무서는 국세청의 지침에 따라 종소세 전자신고창구를 열고 소득세과 직원들은 물론, 타 과 직원들도 일부 동원돼 종소세 신고 업무를 처리한다.   

소관 종소세 신고인원이 10만명에 달하는 한 세무서에는 하루 1000명 가까운 내방객들이 몰리기도 한다. 아침부터 밀려오는 납세자들은 전자신고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한사람 당 1시간, 많게는 2시간 이상을 대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빗발치는 문의전화로 소득세과에 위차한 직원들은 하루 종일 전화를 붙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고 신고종료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내방객은 점점 늘어나기에 직원들의 업무가중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종소세 신고는 집이나 직장에서 개인이 직접 해도 되고 세무대리인을 통해 처리해도 되지만 상당수 납세자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납세자들은 일단 세무서를 찾게 되고, 납세자가 전자신고창구에 내방하면 세무서 직원들은 홈택스 아이디 발급부터 신고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도와준다. 심지어 전자신고에 반드시 필요한 공인인증서 발급마저 도와주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세무서에서 종소세를 신고해온 납세자들의 입장에선 시간이 다소 걸려도 세무서를 찾는 게 가장 확실하고 편리한 종소세 신고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 '80%' 상회하는 종소세 전자신고율의 숨겨진 비밀(?) = 국세청은 해마다 전자신고방법을 더욱 쉽게 개선해 세무서에 오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신고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설치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길긴 하지만 올해 종소세 전자신고가 정말 쉬워졌다"며 "세무대리인을 고용할 형편이 안 되는 영세업자들도 간단하게 집이나 사무실에서 신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소득세 전자신고율은 미국 65%, 프랑스 27%, 영국은 73%에 그쳤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83.4%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우리나라는 2005년 81.2%, 2006년 80.1%, 2007년 80.7%, 2008년 80.0% 등 꾸준히 80% 이상의 높은 수준의 종소세 전자신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전자신고율에도 불구하고 세무서에 내방하는 납세자들의 발길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신고를 납세자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전자신고창구를 열었지만 사실상 아이디 발급부터 신고 종료까지 직원들이 대신해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년 80%를 상회하는 전자신고율에 보이지 않는 일선 세무서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숨어있는 셈이다.

한 일선 세무서 직원은 "인터넷 전자신고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납세자의 경우, 공인인증서 준비, 소득종류 구분, 소득공제사항 등의 전자신고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져 어쩔 수 없이 세무서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종소세 신고 때문에 세무서를 방문한 한 납세자는 "주민등록증만 들고 가면 세무서에서 알아서 해준다는 말이 있어서 왔다"며 "집에서 혼자 세금 신고한다는 게 아무래도 쉽지 않다"고 세무서를 굳이 찾은 이유를 전했다.

'홈택스(hometax)'라는 말이 무색하게 집이 아닌, 세무서에서 전자신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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