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재벌총수든, 전직 대통령이든 성역 없어야"
국내 재벌그룹들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실체가 연일 드러나자, 새누리당은 27일 탈세 등 불법행위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를 과세당국과 정부에 촉구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내 24개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이 125개이고 자산 총액이 6조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등 이름만 있고 활동은 없는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되는 법인이 57%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세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국내재벌 4개사 등 오너와 임직원 명단이 국제탐사보도언론인 협회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며 "과세당국과 금융당국, 정부는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재벌 오너와 관련 인사의 범법행위를 면밀히 따져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조사 진행상황을 기밀에 부치거나 하는 등 잘못된 관행들이 박근혜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며 "관련자가 재벌총수든, 실세 정치인이든, 아니면 전직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성역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해 "물론 제도적 불법은 아니고 정상적인 글로벌 경영행태라는 점에서 섣불리 탈세로 몰아가는 것은 자칫 기업들의 해외진출 의지를 꺾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경계할 점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성실히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하려는 기업들과 달리 논란이 되는 C기업 등과 같이 탈세를 목적으로 기업도 분명히 존재하는 또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민주화와 공정사회 실현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법과 제도를 피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하는 형태를 바로잡는 게 공정사회이고 경제민주화의 시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당국은 이번 기회로 조세 피난처가 조세 회피처가 되지 않도록 엄중히 대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대기업 관련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은 전날 국내 재벌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수와 자산 총액을 밝혔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확인된 법인 수는 총 125개로, 자산총액은 5조6903억원에 달했다. 이 중 52개 법인은 SK그룹 소유였고, 12개는 롯데그룹 소유였다. 해외 법인의 자산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그룹의 4개 해외법인은 총 1조6822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2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이 모두 245명이라고 밝히고 이수영 전 경영자총연합회 회장 등 3개 재벌그룹 총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는 인터넷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는 이날 오후 2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2차 명단에는 4개 재벌그룹 오너를 비롯해 전·현직 임원 7명의 실명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